정의당이 당대표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28일 ‘2차 가해(피해)’ 신고를 받기 시작한 지 하루 만에 신고 접수가 200건이 넘었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2차 가해 방지 가이드라인’도 내놓았다. 2차 가해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일 경우 법적 조치까지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배복주 정의당 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2차 비상대책회의에서 “쏟아지는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당 차원에서 긴급하게 지난 26일 제보 메일을 공개하게 됐다”며 “피해자와 연대하고자 하는 시민들과 당원들이 (27일까지) 200여건 넘게 제보를 해주셨다”고 했다. 배 부대표는 “제보된 2차 피해 내용을 검토해 당 차원에서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철 전 대표의 장혜영 의원에 대한 성추행 사건 공개 이후 정의당은 피해자인 장 의원에게 누리꾼 등의 2차 가해가 이뤄질 것을 우려, 당원과 일반인에 의한 2차 가해 사례를 당 차원에서 신고 받고 있다. 제보 범위는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 모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이뤄지는 2차 가해성 발언이다. 정의당은 “당원 여부와 상관 없이 피해자 유발론과 가해자를 동정하는 내용, 사건과 상관 없는 특정 프레임을 씌우는 내용 등 사건 해결의 본질을 흐리는 모든 내용을 제보 받는다”고 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의당 성평등 조직문화 개선대책 TF는 2차 가해 가이드라인 10가지와 예시문도 공개했다. TF소속인 강민진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피해자가 빠르게 일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당원 여러분께 2차 피해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전당적 노력에 동참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의 신상이 드러난 경우, 피해자를 가장 고통스럽게 하는 것 중 하나가 사적·공적인 자리에서 벌어지는 ‘말로 하는 가해’”라며 “다음과 같은 언행은 피해자를 고립시키는 2차 피해로 작용할 수 있다”고 10가지 지침을 예문과 함께 소개했다.
주요 내용에는 △“꼭 그렇게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했어?”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그래서 뭘 했다는 거야?” △“무언가 원하는 게 있어서 그랬겠지” △”피해자가 처신을 잘못했을 거야” △"피해자 때문에 우리 당이 위기에 처했어" 등이 포함됐다.
한편, 정의당은 4·7 재보궐 선거 공천을 두고도 숙고를 거듭하고 있다. 전날 열린 시도당위원장 연석회의에서는 무공천 여론이 다소 우세했다고 한다. 배 부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이번 선거가 ‘젠더 선거’이고 ‘미투 선거’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그런 상황에서 대표의 성추행 사안으로 인해 지금 우리 당도 고민이 깊다. 공천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는 게 제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천 여부는 오는 30일 전국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 정의당 2차 피해 가이드라인
① 피해자가 결정한 공론화 방식 또는 사건처리방안에 대한 비난(예시: 꼭 그렇게 공개적으로 밝혔어야 했어?)
② 피해자가 밝힌 사실관계에 대한 불신(예시: 그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야)
③ 성폭력의 구체적인 내용 및 정황 등에 대한 부적절한 호기심 (예시: 그래서 뭘 했다는 거야?)
④ 피해자의 피해호소 의도에 대한 의심(예시: 무언가 원하는 게 있어서 그랬겠지)
⑤ 피해자에게 사건에 대한 책임 전가 (예시: 피해자가 처신을 잘못했을 거야)
⑥ 피해자가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여기는 것 (예시: 피해자 때문에 우리당이 위기에 처했어)
⑦ 피해자의 사생활에 대한 가십과 추측
⑧ ‘피해자다움’에 대한 통념을 기반으로 피해자를 대하는 태도
⑨ 피해자 또는 피해사실에 대한 선정적인 묘사
⑩ 피해자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퍼뜨리는 행위
/송종호 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