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공매도 헤지펀드를 공개 비판하면서 개미군단 지원군으로 나섰다.
머스크는 28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소유하지 않은 집은 팔 수 없고, 소유하지 않은 차도 팔 수 없다. 그런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팔 수 있는가"라며 "그것은 헛소리이고, 공매도는 사기"라고 비판했다.
특정 기업의 주가 하락을 예상한 공매도 헤지펀드들이 보유하지 않은 상태의 주식을 판 뒤 나중에 사서 갚아 대규모 차익을 실현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다. 머스크는 이어 공매도를 뜻하는 '숏'(short)에 빗대 "여기 '땅딸보 옹호자'가 온다. 그들을 존경하지 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로빈후드 등 일부 주식거래 플랫폼이 개인 투자자의 집중 매수로 폭등한 '게임스톱' 주식 거래를 제한한 것과 관련해 연방의회 청문회 개최를 지지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거듭 개미 편을 들었다.
민주당 소속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민주·뉴욕) 하원의원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게임스톱 거래 제한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차원의 청문회 개최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에 머스크는 "전적으로 동의한다"(absolutely)는 댓글을 달았다.
또한 그는 공매도 헤지펀드에 맞서 유럽 증시의 개미들이 사들이고 있는 폴란드의 게임 개발사 CD프로젝트를 띄워주는 트윗도 날렸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신형 전기차 '모델S 플레이드'에서 CD프로젝트의 신작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플레이할 수 있다면서 "사이버펑크의 미학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랍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트윗 이후 CD프로젝트 주가는 급등했다. 폴란드 바르샤바 증시에선 15.60% 올랐고, 미국 장외시장에선 11.46% 상승률을 기록했다.
공매도 조사기관인 브레이크아웃 포인트에 따르면 멜빈 캐피털 등 미국의 주요 헤지펀드들은 CD프로젝트에 공매도 물량을 갖고 있다. CD프로젝트는 작년 12월 게임 타이틀 '사이버펑크'를 출시했으나 게임 중에 오류가 발생하고, 구형 게임기에서 잘 구동이 되지 않는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제기되면서 주가가 하락했다. 이때 멜빈은 대규모 공매도에 나서 2,470만달러(약 276억원)를 벌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공매도 세력을 누르고 특정업체 주가를 끌어올린 미국 개미들에 유럽 증시도 자극을 받았다"며 "CD프로젝트 주가는 공매도 물량이 많은 다른 종목과 함께 유럽 시장에서 급등했다"고 전했다.
머스크는 지난 26일 공매도 세력이 붙은 '게임스톱' 주식을 미 개인투자자들이 사들이며 주가를 끌어올리자 트윗에 '게임 맹폭격'(Gamestonk)이라는 짧은 트윗을 남기기도 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테슬라가 과거 공매도 공격에 시달렸다는 점 때문에 머스크가 개미 지원군으로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해 공매도 세력을 조롱하기 위해 공매도를 뜻하는 '숏'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반바지 기획상품 '테슬라 숏팬츠'를 출시해 헤지펀드 투자자들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김기혁 기자 coldmeta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