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국민연금, 정권 유지 도구화 안 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에 대한 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명분으로 국민연금 등 총 2,140조 원 규모의 연기금을 동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28일 당정청 회의에서 연기금 투자 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를 활용하면 ESG가 더 활성화될 것이라면서 “이익공유제와 사회연대기금 형성에도 상당히 매력적인 유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기금의 투자 대상을 선정하거나 공공 조달을 하는 과정에서 이익을 공유하는 기업을 우대하겠다는 것이다.



여당의 발상은 사회적 기여가 많은 기업을 배려하겠다는 점에서 대의명분만 놓고 보면 그럴듯해 보인다. 여당은 법 개정을 통해 ESG 평가 반영 요구를 담을 수 있지만 입법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기금 운영 방식에 깊이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게다가 국내 기업의 지배 구조 실상을 들여다보면 여당의 움직임은 연기금을 통해 기업의 이익공유제 참여를 사실상 압박하는 것임을 금세 알 수 있다. 국민연금만 하더라도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가 300여 개이고 10% 이상을 투자한 곳도 100여 개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ESG를 잣대로 삼아 투자를 결정하겠다는 것은 사회적 기준을 빙자해 정권의 입맛에 맞는 기업을 감별하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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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연금은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개입 장치를 계속 도입하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와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 가이드라인 등은 ‘연금 사회주의’ 라는 비판에 휩싸이기도 했다. 여권은 기업의 투명성과 주주 가치를 제고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지분을 통해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는 800조 원에 이르는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독립성과 전문성이 절실함에도 연이어 총선 낙선자를 위한 보은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정부와 여당은 연기금을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기업의 팔을 꺾어 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삼으라고 국민들이 생명과 같은 노후 자금을 맡겨놓은 것이 아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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