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마지막 거래일 코스피가 3% 급락하며 3,000선을 내줬다. 최근 급등으로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상황에서 게임스톱 사태 등으로 외국인이 대규모 매물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이에 주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투자자들의 조정에 대한 우려는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며 전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3.03%(92.84포인트) 급락한 2,976.21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 4,412억 원을 순매도했고, 기관도 2,550억 원을 팔아 지수를 끌어내렸다. 지난 25일 종가(3,208.99) 기준으로 처음 3,200선을 돌파한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3,000선마저 내준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위원회(Fed·연준)가 경기회복세 지연 가능성을 시사하면서도 추가 부양책은 내놓지 않으면서 시장의 실망을 촉발한 데 이어 개인과 공매도 기관 간 맞대결이 붙은 게임스톱 사태가 시장 과열에 대한 불안감을 키운 것으로 해석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글로벌 주요 지수 중에서도 상승 폭이 유독 컸다. 이외에도 일본 닛케이225 지수(-1.89%), 대만 가권 지수(-1.80%) 등이 동반 하락해 글로벌 주식시장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확대됐다.
증권가에서는 2월 국내 증시가 조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장기적인 우상향 추세는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역사상 가장 강했던 랠리도 60일 이격조정도 없이 상승한 사례는 없다”며 “유동성 긴축 이슈가 아니라면 60일 이동평균선을 크게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유동성을 기반으로 한 국내 증시가 기대감을 선반영해 오르면서 실제 밸류에이션과 괴리율이 과도하게 벌어진 것이 조정의 빌미가 됐다. 이 연구원은 “바이든 정부의 부양책은 3월에는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돼 2월은 잡음이 나올 수밖에 없다”며 “백신이나 경기 재개 기대감도 현실과의 괴리를 좁힌 후 다시 반등세를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다만 이번 조정을 주식 비중을 축소할 시점으로 보기보다는 저점 매수를 통해 주식 비중을 늘릴 기회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을 위주로 매수 목록을 추려볼 필요가 있다.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제 무차별적인 위험자산 상승국면에서 옥석을 가려가며 선별적·단계적으로 상승하는 소위 실적 장세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남은 실적시즌 결과와 변경되는 실적 기대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에서는 2일 발표 예정인 아마존, 알파벳 실적이 가장 중요하고, 국내에서는 만도, 엔씨소프트 등이 예정돼 있다”며 “변동성은 조금 더 이어질 수 있겠지만 여전히 상승 여력은 남아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실적 기대치가 커진 종목으로 네이버(NAVER(035420))와 CJ제일제당(097950)을 꼽았다. 네이버는 커머스 관련 이익과 콘텐츠 사업이 주목받았고, CJ제일제당은 4·4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부합한 점과 최근 곡물 가격이 급등해 가격 인상이 기대된다는 점이 투자 포인트로 제시됐다.
그동안 소외된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볼 만 하다. 특히 단기적으로는 ‘순환매 장세’가 기대되는 만큼 코스닥이 상대적 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연구원은 “급등한 주식보다는 소외됐던 주식에 주목했다”며 “건설, 미디어·엔터, 소프트웨어를 비중확대로 제시한다. 그밖에 하드웨어, 화장품, 비철금속 등도 소외됐던 업종에 포함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NH투자증권은 다음 주 코스피 예상 밴드로 2,870~3,150선을, 한국투자증권은 3,000~3,160선을 제시했다. KB증권은 2월 코스피 예상 밴드 2,820~3,160선을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