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민족주의를 지양하자고 전세계에 제안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가 전세계 60개국에 육박하는 가운데 충분한 경제력과 유능한 정부를 갖춘 나라와 그렇지 못한 나라 간 백신 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외교부에 따르면 강 장관은 지난 29일 화상 방식으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 ‘다보스 어젠다 주간 고위급 회의’ 토론자로 참석해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다자주의적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 장관은 “최근 몇 개 국가에서 보이는 백신 민족주의를 지양하고 백신 및 치료제의 보편적이고 공평한 보급 지원을 위해 다자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백신 보급에 있어서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역할을 높이 평가했다. 코백스는 세계보건기구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다.
28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59개국가에서 8,250만회분의 코로나19 백신이 접종됐다. 베트남도 지난 3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EU(유럽연합) 등에서는 백신을 이기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2월 접종을 시작하려던 한국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 못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0일 "코백스 퍼실리티를 통해서 받게 되는 백신의 종류와 물량, 구체적인 공급 시기를 아직까지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강 장관은 이와 함께 당면한 현안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세계보건기구를 중심으로 한 국제보건체계 강화, 가짜뉴스에 적극 대응, 민간 이해당사자의 참여 확대, 다자주의 복원 등을 언급했다. 이날 회의는 ‘지정학적 전환’을 주제로 열렸으며 고노 다로 일본 행정개혁담당상과 중국 외교부 부부장 출신 푸잉 칭화대 전략안보연구센터장을 비롯해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부 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사우디아라비아 외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