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에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해주는 방안을 추진했는지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 공방이 가열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1일 “구시대의 유물 같은 정치로 대립을 부추기며 정치를 후퇴시키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북한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이적 행위”라고 성토하자 문 대통령이 이날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같이 반박한 것이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주요 현안에 대해 해명하지 않고 대충 덮고 넘어가려는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 북한에 원전을 건설하는 것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고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북한 원전 건설 추진을 검토한 문건을 작성했다가 삭제한 사실이 드러났으므로 정부는 구체적으로 해명하는 게 도리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탈(脫)원전을 밀어붙인 정부가 북한 원전 건설을 검토한 것은 이율배반이다.
산업부는 관련 문건에 대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한 것으로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해명한 데 이어 1일에는 1차 남북정상회담 직후인 2018년 5월 작성한 ‘북한 지역 원전 건설 추진 방안’ 보고서 내용을 공개했다. 이 문건에는 과거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경수로를 지으려던 자리나 비무장지대(DMZ)에 원전을 건설하는 방안, 신한울 3·4호기를 완공해 북한에 송전하는 방안 등이 담겨 있다.
국민의힘은 북한 원전 지원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여야 공방을 둘러싼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서는 이 현안의 실체를 가장 잘 아는 문 대통령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국민의 궁금증과 의혹을 푸는 길은 문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발전소 건설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했는지 여부 등에 대해 소상히 밝히는 것이다. 또 대북 전력 지원 방안을 담은 산업부의 모든 문건과 문서 작성 경위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지시해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