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정규직 정규직화 물결에 ‘적폐’로 몰린 아웃소싱

노조의 '질 낮은 일자리' 시각에

공공기관 '콜센터 외주' 갈등 커

"상담서비스 전문성 향상 등 차질

정규직화 강제 부작용 유발" 비판

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파업에 돌입하면서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과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11곳의 조합원은 이날부터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공단은 민간위탁 방식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센터 근로자는 공단 협력업체 소속이다. /연합뉴스건강보험 고객센터 노동조합원들이 지난 1일 강원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앞에서 파업에 돌입하면서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과 직영화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11곳의 조합원은 이날부터 동시에 파업에 돌입했다. 공단은 민간위탁 방식으로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고객센터 근로자는 공단 협력업체 소속이다. /연합뉴스




‘공공 기관이 민간에 위탁한 콜센터 업무를 직고용하라’는 주장이 건강보험공단 외에도 서울교통공사·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에서 노사 갈등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조가 ‘아웃소싱’은 질 낮은 일자리를 강제하는 ‘꼼수’라는 편향된 시각으로만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상담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에 위탁하면 비용을 줄이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도 직고용 일자리가 아니면 모두 ‘적폐’라는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2일 노동계에 따르면 이틀째 파업을 이어간 민주노총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외에도 서울교통공사 콜센터 노조, SH공사 콜센터 노조 등이 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SH공사 콜센터 노조는 지난해 11~12월 수차례 파업했고 서울교통공사 콜센터 노조도 서울시청 근처에서 피켓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들 공기업 모두 콜센터 업무를 민간 기업에 위탁하고 있다. 건보공단은 유니에스·한국코퍼레이션 등 11개 업체에 외주를 줬고 교통공사와 SH공사는 각각 KTCS와 KTis가 위탁을 맡았다. 특이한 점은 이들의 고용 형태가 정부의 기준대로 보면 비정규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정부는 근로계약에서 기간을 정했는지를 두고 정규직(기간에 정함이 없음)과 비정규직(기간제)을 나누는데 콜센터 직원들은 대체로 하청 업체와 정규직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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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동계는 하청 업체 정규직도 비정규직으로 본다. 건보공단 콜센터 노조의 파업에 대해 민주노총은 “‘공공 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에 반하는 자회사 전환 정책을 폐기하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라”고 주장했다. 결국 하청 정규직, 자회사 정규직 모두 진정한 의미의 정규직은 아니라는 뜻이다. ‘아웃소싱’을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일종의 ‘적폐’로 바라보는 셈이다.

아웃소싱은 특정 업무를 전문성 있는 업체에 위탁하는 경영 방식이다. 특히 콜센터 업무는 민간 기업에서도 위탁하는 경우가 많다. 콜센터 전문 기업인 유베이스는 상담 전문 인력을 교육할 뿐만 아니라 상담 빅데이터를 분석해 불만율을 낮추는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콜센터 아웃소싱이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한다기보다 나름의 전문성을 찾아가는 방향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차별 시정’이라는 원래 목적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나온 부작용이라고 지적했다. 위탁·기간제 계약이 적합한 업무가 있는데도 차이를 배제하고 ‘원청 공공 기관 직고용이 아니면 모두 비정규직’으로 규정하다 보니 생긴 논란이라는 설명이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하청 기업이라도 전문성을 강화해 또 다른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단순히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불법파견을 한 경우는 근로감독으로 해결할 문제인데 다양성을 배제하고 ‘전부가 아니면 아무것도 없다'는 식으로 접근하다보니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규직 정책은 ‘고용 형태가 다르더라도 동일·유사한 노동을 하는 경우 차별을 개선하고 시정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하청 콜센터를 원청이 직고용하게 되면 공공 일자리의 질은 향상되고 민간 비정규직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형태만 공고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3월 300인 이상 3,520개 기업의 고용 형태를 조사한 결과 기간제 비율은 22.6%, 하청·용역 등은 18.3%로 집계돼 2018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세종=변재현 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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