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나발니 3.6년 징역형…미국은 "즉각 석방을"

집행유예 의무 위반으로 실형 전환

나발니 “거짓된 재판…시위대 석방하라”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정에서 열린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석에 갇혀 있는 모습. 나발니는 재판부의 집행유예 실형 전환 판결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게 됐다./로이터연합뉴스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법정에서 열린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이 진행되는 동안 피고인석에 갇혀 있는 모습. 나발니는 재판부의 집행유예 실형 전환 판결로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게 됐다./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3년 6개월의 징역형이 내려졌다. 2일(현지 시간) 리아노보스티통신 등에 따르면 모스크바 시노놉스키 구역법원은 모스크바 시법원에서 열린 나발니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 취소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심리 시작 9시간여 만에 나온 결과다. 타스통신은 나발니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이미 가택 연금 상태로 1년을 보냈기 때문에 앞으로 2년 6개월간 교도소에서 복역할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교정 당국인 연방형집행국은 앞서 나발니가 지난 2014년 사기 사건에 연루된 유죄 판결과 관련한 집행유예 의무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법원에 집행유예 판결 취소 및 실형 전환 소송을 제기했다. 형집행국은 이날 공판에서 “나발니가 지난해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최소 여섯 차례나 감독 기관에 출두하지 않는 등 집행유예 시 부과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그때마다 그에게 집행유예 판결이 실형으로 바뀔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나발니의 실형 전환에 또다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나발니에 대한 러시아 당국의 실형 결정에 깊이 우려한다”며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석방을 재차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러시아 시민과 마찬가지로 나발니는 러시아 헌법에 따른 권리를 가졌고 러시아는 법 앞의 평등 및 표현의 자유와 평화적 집회의 권리를 존중해야 할 국제적 의무가 있다”며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의 이익 증진을 위해 협력하면서 러시아가 자국 시민의 권리 보호에 실패한 데 대해 책임을 지도록 동맹 및 파트너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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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치소에서 호송돼 법정에 나온 나발니는 별도 발언 기회에서 “이 사법 절차에서 중요한 것은 나를 가둘지 아닐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을 겁주려는 것이다. 한 사람을 투옥해 수백만 명을 압박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의 즉각적인 석방과 다른 체포자들의 석방을 요구한다. 이 재판은 거짓이고 합법적이지도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원고 측 검찰은 나발니가 여러 차례 집행유예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분명하다며 재판부에 연방형집행국의 요청을 수용할 것을 호소했다.

나발니는 2014년 12월 프랑스 화장품 회사 '이브로셰'의 러시아 지사 등으로부터 3,100만 루블(약 5억 9,000만 원)을 불법 취득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5년의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2017년 이 사건과 관련한 러시아 법원의 판결을 자의적이며 근거가 없다고 판시했으나 러시아 대법원은 유죄판결을 번복하지 않았다. 당초 2019년 12월 종료될 예정이었던 집행유예 시한은 2017년 법원 판결로 지난해 말까지 한차례 연장됐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2일(현지시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을 경찰이 체포하고 있다. 모스크바 법정은 이날 나발니에 대해 집행유예 실형 전환 판결을 내려 그는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게 됐다./AFP연합뉴스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중심가에서 2일(현지시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지지자들을 경찰이 체포하고 있다. 모스크바 법정은 이날 나발니에 대해 집행유예 실형 전환 판결을 내려 그는 3년 6개월의 징역형을 살게 됐다./AFP연합뉴스


나발니는 앞서 독극물 중독 증세로 독일에서 치료를 받고 지난달 17일 귀국한 직후 공항에서 경찰에 체포돼 수감됐으며 이후 30일간 구속됐다. 나발니 지지자들은 지난달 23일에 이어 31일에도 잇따라 그의 석방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전국적으로 벌였다. 이날도 공판이 열린 모스크바 시법원 부근 거리는 모두 폐쇄됐다. 인근 지하철 역사 등에 집중 배치된 경찰과 폭동진압부대는 법원으로 향하던 나발니 지지자들을 체포했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비정부기구(NGO)인 'OVD-인포'는 350명 이상이 구금됐다고 전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법정에 미국·영국·폴란드 등 외국 대사관 직원 약 20명이 나왔다며 “이는 주권국가 내정에 대한 간섭을 넘어 판사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려는 시도”라고 비난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법정에 나온 외국 외교관들이 러시아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면서 “우리는 계속 참을성 있게 모든 것을 설명할 준비가 돼 있지만 (서방의) 멘토(스승) 같은 발언에 반응하고 주의를 기울일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곽윤아 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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