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미-이란 갈등 한복판에 놓인 '한국케미호'…“귀국 일정 정해진 바 없다”

선원 19명 석방에도 선박·선장은 억류

선사도 ‘선장 남고 선원들만 복귀’에 난색

정부 “UN분담금 대남 등 진전” 이라지만

원유대금 못 주는 건 美 대이란 제재 때문

바이든 ‘핵합의 복귀’ 천명에도 양국 신경전

“한국의 미-이란 중재 노력 필요” 주장도

이란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나포한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 선원들의 출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이란이 환경 오염을 이유로 나포한 한국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호 선원들의 출국을 허용하기로 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페르시아만(걸프 해역)에서 환경오염을 일으킨 혐의로 억류한 한국 선원들이 인도주의적 조처에 따라 출국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은 나포 후 이란항 향하는 '한국케미'호가 CCTV에 찍힌 모습./연합뉴스




한국케미호 선원들이 이란 억류 상태에서 풀려났음에도 언제 한국으로 돌아올지 알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이란이 나포 당시 제기한 ‘환경오염’ 혐의에 대한 사법절차를 진행한다는 이유로 선박과 선장을 붙잡아 두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케미호의 선사는 선박을 운행해 한국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필수 인력들이 남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이란 억류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미국의 대이란제재가 ‘원유 동결 대금’을 이란에 돌려줄 수 없는 배경인 만큼 한국 정부가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를 중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3일 한국케미호 선장 억류와 관련해 “이란이 (사법절차에 대한) 타임 스케쥴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신속·공정한 절차를 통해 가급적 조속히 선박 억류를 해제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난 2일 한국케미호 선원 19명을 억류 해제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다만 선박 나포 당시 제기한 ‘환경오염’에 대한 사법적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로 선장과 선박의 억류는 해제하지 않았다.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가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유조선 'MT-한국케미호'와 관련 조치되어 들어서고 있다./성형주기자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주한이란대사가 지난달 5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이란 정예군인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유조선 'MT-한국케미호'와 관련 조치되어 들어서고 있다./성형주기자


한국케미호 소유 선사인 타이쿤쉽핑은 “선원들이 당장 본국으로 귀국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란이 주장하는 해양오염 관련 조사를 위해 선원들이 남아 있어야 하고, 이후 이란 정부가 선박 운항을 허용할 경우 필수 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타이쿤쉽핑은 필수 승무인원을 13명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란이 시점을 특정하지 않은 사법절차가 끝날 때까지 선원들이 귀국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우리 정부는 ‘동결 원유 대금(7조 6,000억 원)’을 미국 제재에 저촉되지 않는 경로로 일부 전달하는 방식에 진전을 이뤘다. 외교부 당국자는 “유엔 분담금 (대납) 문제는 거의 다 해결이 되고 있다”며 “어떻게 돈을 지불하느냐 하는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협의만 남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이란이 2년간 체납한 유엔 분담금 총 1,625만 달러(약 180억 원)를 우리 정부가 이를 대신 납부해주고 원유 동결 자금을 차감하는 방안을 협의해왔다. 또한 양국은 ‘스위스 인도적 교역 채널(SHTA)’로 원유 동결 대금을 일부 전달하는 방식도 논의했다. 다만 유엔 분담금 납부나 SHTA 방식 역시 전체 동결 원유대금 규모에 비해서는 크지 않은 규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연합뉴스



정부가 동결 원유대금을 이란에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란핵합의에서 탈퇴한다고 밝힌 이후 이란중앙은행(CIB) 을 제재 대상에 올려 놓았다. 이란중앙은행은 IBK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 원화 계좌를 개설해 원유수출대금을 받아왔지만, 미국 제재로 70억달러(70조6,000억원) 규모의 동결 원유대금이 묶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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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이란과 미국 관계는 변곡점을 맞았다. 대이란 제재가 완화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5년 이란핵합의를 체결한 당사자로서 이를 무효화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해왔다. 또 지난해 12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동 지역 안정을 달성하는 최선의 방법은 핵 프로그램을 두고 (이란과) 협상하는 것”이라며 “이란 핵 합의가 중동 핵 군비 확장 경쟁을 막는 열쇠”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국이 이란핵합의에 복귀할 경우 대이란 제재 완화 역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미국은 이란핵합의 복귀를 위한 협상을 앞두고 이란 정부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이란핵합의에 따른 의무를 완전히 준수한다면 미국도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분명히 말해왔다”고 밝혔다. 그러자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31일(현지시간) 의회 연설을 통해 “미국의 새 행정부가 제재 해제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받아쳤다.

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란의 한국케미호 나포관련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서 송영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지난달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이란의 한국케미호 나포관련 외교통일위원회 긴급간담회에서 송영길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외교 당국이 미국과 이란 간 협상을 중재해야 한다는 의견도 정치권에서 나온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3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이란 핵합의가 잘 풀려나가기를 바라겠다”며 “우리 대한민국은 그것을 촉진하는 데 중간 역할을 하면서 70억 달러(의 동결 원유대금 문제)를 해결하고 억류된 우리 선원 문제도 해결해 한-이란 관계가 다시 복원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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