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항소심 재판 중인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법원에서는 이번 통과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거세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일선 판사들 중 일부는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 통과에 대해 ‘성급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여당이 (탄핵을) 밀어붙였는데 절차적으로 적절하다고 볼 수 없다”며 “탄핵은 중대한 문제인 만큼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먼저 하고 탄핵안을 통과시켰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서울의 다른 부장판사 역시 “최종 결과는 헌법재판소까지 가 봐야 알겠지만 ‘졸속 처리’라는 느낌이 든다”면서 “국회에서 (이번 탄핵안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이뤄졌는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처음에는 법관 탄핵안이 통과되기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헌정사에서 처음으로 통과되다니 놀랍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판사는 “한 사람의 법관으로서 조직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나를 지켜주면 좋겠는데,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이라며 “‘내가 임 부장판사 같은 처지에 놓였을 때도 이런 일을 당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법원장 마음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탄핵은 민주적 정당성을 가진 절차니, 민의가 탄핵으로 모였을 때 내가 사표를 수리한다면 민의의 집결에 훼방을 놓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김명수 대법원장은 탄핵을 언급하며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반려했다는 의혹을 사실상 인정했다. 김 대법원장은 임 부장판사 측에서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자 “불분명한 기억에 의존해 기존 답변에서 다르게 답변한 것에 대해 송구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측은 “대법원장이 임 판사에게 ‘탄핵 문제로 사표를 수리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한 바 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임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표결에 부쳐 찬성 179표·반대 102표·기권 3표·무효 4표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법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앞서 1985년 당시 유태흥 대법원장과 2009년 신형철 대법관에 대해 두 차례 탄핵안이 발의됐지만 전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임 부장판사는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다. 임 부장판사는 오는 28일로 임기가 끝나 퇴임한다.
/이희조 기자 lov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