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나랏빚을 늘려 포퓰리즘 정책을 밀어붙이는 가운데 안일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악어 입’ 위기를 거론하면서 방만한 재정지출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안 차관은 4일 회의에서 “미래 세대의 부담인 국가 채무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일본의 ‘악어 입 그래프’의 의미를 다시 상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91년 이후 세출은 급증하며 상향 곡선을 그리는 데 반해 세수는 줄어 하향 곡선을 벗어나지 못해 악어 입처럼 벌어진 일본의 재정 악화를 빗댄 표현이다.
정세균 총리는 이날 외신 인터뷰에서 “지구상에 기본소득제도를 성공적으로 시행한 나라는 없다”며 “포퓰리즘에 기반한 정치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재명 경기지사 등이 주장하는 기본소득 지급과 보편적 복지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한 셈이다. 장용성 서울대 교수 등은 5일 한국경제학회가 주최한 학술 대회에서 만 25세 이상 국민에게 연간 360만 원의 기본소득을 나눠줄 경우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가 0.413에서 0.514로 되레 악화됐다는 실증 결과를 내놓았다. 보편적 복지 정책은 소득 양극화와 고용률 하락으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생활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은 4차 재난지원금의 선별·보편 동시 지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부정적인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겨냥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압박했다. 하지만 발상의 전환이 절실한 쪽은 재정을 쌈짓돈으로 여겨 나라 곳간을 허무는 여당 지도부다. 돈을 쓰더라도 첨단 신산업에 과감히 투자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세수를 늘리고 재정 악화를 막을 수 있다.
올해 558조 원의 본예산에는 이미 94조 원가량의 적자 국채 발행이 예정돼 있다. 여당의 의도대로 4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면 20조 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불가피해 국가 채무는 연말에 976조 원을 넘을 수 있다. 재정 건전성이 더 악화되면 국가 신용도가 떨어지면서 위기를 맞는다. 이제는 선거를 의식한 현금 퍼주기를 멈추고 취약 계층에 대한 선별 지원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할 때다.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