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신용도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중기적으로 재정 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 역대 최고 국가 신용등급…"부채비율 증가는 중기적 하방 압력"
7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우리나라에 세 번째로 높은 신용등급인 AA를, 피치는 이보다 한 단계 낮은 AA-를 각각 부여하고 있다.
이는 1986년 이래 역대 최고 수준으로,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신용등급은 한 번도 하향된 적이 없다.
문제는 늘어나는 국가부채가 향후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피치는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비율이 2023년 46%까지 증가할 경우 중기적으로 국가 신용등급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국가채무비율은 이미 46%를 넘어 47.3%까지 올라가며, 중기 재정계획 마지막 연도인 2024년에는 60%에 육박할 전망이다.
◇ 일본·미국은 신용등급 전망 하향…영국·캐나다는 지난해 등급 떨어져
국가부채가 급증하면서 재정건전성이 떨어지면 우선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앞서 일본과 미국은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 상황이 악화한 영향으로 국가 신용등급 전망(S&P·피치 기준)이 '긍정적'·'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됐다.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이어지면 실제로 신용등급이 내려갈 수도 있다.
피치는 지난해 3월 영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당시 피치는 "이번 등급 하향 조정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야기된 영국 재정의 약화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명백하게 나타나던 재정 완화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피치는 역시 지난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재정 적자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를 반영해 캐나다의 신용등급을 내렸고, 이외에도 이탈리아와 호주, 홍콩 등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지난해 피치가 영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신용등급을 떨어뜨린 점을 고려하면 신용등급 하락은 결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 단기 자금 이탈 가능성 작지만…"부채 급증 반복 경계해야"
염명배 충남대 교수는 "부채비율이 급등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외자가 썰물 빠지듯이 빠져나가고, 당장 자금이 부족하니까 더욱 빚이 불어나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외채에서 단기 자금 비중과 외국인 보유 비중은 선진국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의 '2020∼2024년 국가채무관리계획'에 따르면 2019년 국가채무 중 잔존 만기가 1년 이하인 단기 채무 비중은 7.3%로, 주요 선진국 평균(20.4%)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가 채무 비중(14.1%) 역시 주요국 평균(25.7%)보다 낮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가 채무 규모가 계속해서 늘어나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앞으로 10여년간 국가 부채가 지금 같은 속도로 증가한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의 국제 신인도는 상당히 강등될 것"이라며 "이 경우 환율이 급등하고 주식시장이 붕괴하는 등 최악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최근 부채 증가 속도는 예전 재정위기를 겪었던 남유럽 국가들에 필적하는 수준"이라며 "부채의 절대 규모 자체는 아직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이렇게 부채가 늘어나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