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미중 갈등 무역서 ‘가치 전쟁’으로 확산…곳곳에서 충돌 본격화

자유민주 vs 공산당 독재 프레임 형성

美, 신장·홍콩·미얀마 등 인권문제 거론

中의 대만해협·아태지역 긴장조성도 지적

양제츠 "대만 문제 가장 민감" 거센 반발

美 항모전단 남중국해 전개 긴장감 커져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AFP연합뉴스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AFP연합뉴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 국무부는 토니 블링컨 장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의 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신장과 티베트, 홍콩을 포함해 인권과 민주적 가치를 계속 지지할 것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를 비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도 밝혔다. 미국의 대중 압박에는 민주적 가치를 확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의 대중 압박 포위망이 넓어지는 동시에 촘촘해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후 이뤄진 첫 외교당국자 간 통화에서 중국의 최대 이해관계가 걸린 대만과 홍콩 문제를 직접적으로 거론하면서 이를 체재 문제로까지 확대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자유민주진영 대 공산당 독재세력과의 싸움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당장 미국은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항해의 자유’를 내세우며 중국의 신경을 건드리고 있다. 지난 4일 미 제7함대 소속 존 매케인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한 데 이어 이날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파라셀 제도 인근을 항해했다. 중동에 있던 니미츠 항공모함 전단도 이날 남중국해에 진입해 무력시위를 했다.



이중 대만은 양제츠 정치국원이 “가장 민감한 사안”이라고 했을 정도로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곳이다. 그는 “미국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연합 코뮤니케(미중 간 상호 불간섭과 대만 무기수출 감축 등을 위한 양국간 합의)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며 “홍콩과 신장, 티베트 등은 중국 내정으로 어떠한 외부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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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대만을 주권과 영토보전 측면에서 본다. 대만은 미중 사이의 알자스 로레인(프랑스와 독일 사이의 전략적 요충지)으로 중국은 일본과 대만, 필리핀을 잇는 선 밖으로 미군을 내보내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자신의 앞마당처럼 쓰고 싶어한다. 최근에는 미국과의 반도체 전쟁에 대만 TSMC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 중국 내에서는 대만 합병이 TSMC를 가져올 수 있는 방안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반면 미국 입장에서도 대만은 마지노선이다. 바이든 정부 역시 ‘하나의 중국’을 지지하지만 이는 현 상황을 유지하겠다는 뜻이지 홍콩에서처럼 중국 정부의 물리적·직접적 개입을 용납한다는 것이 아니다. 특히 바이든 정부는 홍콩과 신장, 티베트 등 중국이 민감해 하는 지역의 인권문제를 대놓고 제기하고 있다. 제임스 린지 미 외교협회(CFR) 부회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독재자와 인권유린자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라며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강경책도 지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고려하면 당분간 미중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 경제 방송 CNBC는 “중국은 대만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데 대만은 미국의 안전보장 우산 아래 있어 대만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의 통화는 바이든 정부에서 세계 양대 경제대국 사이의 관계가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에 이익이 되면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고 했지만 당분간 대중 고율관세를 철폐할 생각이 없으며 중국을 강하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미국이 대중 정책의 큰 틀을 분명히 잡은 만큼 한국을 포함한 주요 동맹에 대한 요구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인도의 안보협의체인 ‘쿼드(Quad)’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도 화웨이 같은 중국산 장비를 5세대(G) 통신망에서 퇴출하는 클린네트워크를 포함해 대중국 압박을 위한 다자협의체에 동참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김영필 특파원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susopa@sedaily.com


뉴욕=김영필 특파원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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