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직접 대법원 앞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선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설 명절까지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서 ‘정치적 중립 위반’ 논란에 선 김 대법원장의 거취 문제를 국민의 밥상에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정치적 유불리가 불분명한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보다 여론전을 통해 사법부의 중립성에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주호영 “文이 판사 서열 40위 밖 김명수 임명”
“文에 은혜 갚으면 국민에 재앙” 1인 시위 돌입
“文에 은혜 갚으면 국민에 재앙” 1인 시위 돌입
주 원내대표는 7일 페이스북을 통해 “내일 아침, 제가 대법원 앞으로 1인 시위를 나간다. 이 모든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아니라고 답해 달라”고 밝혔다.
주 원내대표는 “김명수 대법원장은 지금 끔찍한 ‘신뢰의 파탄’에 직면해 있다”며 “대법원장이 되자마자 100여 명의 판사들을 적폐청산 재판에 던져 넣어 버렸고, 병 때문에 체중이 30킬로나 빠진 후배의 사직을 정권 눈치 보느라 반려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이 판사 서열 40위 밖의 자신을, 대법관 경력도 없이 대법원장에 임명해준 대통령의 은혜를 갚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국민에게는 재앙”이라며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묻는다. 대한민국의 법치와 헌정질서가 대법원장의 손에 의해 파괴되는 모습을 기어코 보여줄 생각인가”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주 원내대표를 시작으로 대법원 앞에서 김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릴레이 시위에 나설 전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설 연휴까지 대법원 앞 1인 시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대법원장의 사법독립 훼손 논란을 설 밥상 위에 올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5일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장은 스스로 결단해 상처 입은 국민께 속죄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고, 6일 방송에 나가 “소위 사법부라는 것이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기관인데 그 자체가 무너져 버렸다. 사법부가 가장 정의로운 판단을 내리는 기관인지에 대해 회의감을 갖게 된다”며 김명수 대법원장을 향해 “양심이 있는 사람이면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野, 새 대법원장 와도 정치적 부담 가중
‘탄핵소추안’ 접고, 1인 시위로 ‘여론전’
‘탄핵소추안’ 접고, 1인 시위로 ‘여론전’
주목할 대목은 국민의힘이 1인 시위에 나서면서도 정작 사퇴를 압박할 ‘탄핵소추안’ 발의는 주저하고 있는 점이다. 김 대법원장 입장에서는 야당 의원 100명 이상이 동의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것만으로도 큰 부담이다. 여당(174석)의 반대로 의결되지 못해도,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오르기 전 법제사법위원회 회의 등에서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탄핵소추안 발의 대신 1인 시위를 통한 여론전을 우선하는 쪽을 택했다.
이는 내부적으로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의 탄핵안을 발의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사퇴 또는 탄핵 후 새 대법원장이 와도 문제라는 말까지 나온다. 헌법은 대법원장의 임기를 6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또다시 새 대법원장을 임명하면, 국민의힘이 내년에 설사 정권을 교체해도 새 정부의 대법원장 임명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대법원장은 헌법재판관(3인)과 중앙선거관리위원(3명)의 지명권이 있어 지방선거는 물론 다음 총선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민의 힘이 실제 사퇴보다는 도덕적인 타격을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안을 국민의힘이 발의하면 삼권분립을 해친다는 비판을 역으로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본인이 사과, 이제 정리해야”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김 대법원장을 향한 국민의힘의 공세를 방어하고 사태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녹취를 통해 밝혀진 김 대법원장의 거짓 해명 등은 문제이나, 임기가 보장된 대법원장에게 사퇴까지 요구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는 것이다. 허영 민주당 대변인은 “대법원장으로서 부끄럽게도 국민께 사과까지 했다”면서 “이제는 정리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니고 사과까지 했는데 사법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