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ECM 50 음악 속으로' 펴낸 류진현 "30초 '미리듣기'론 재즈 몰라…전곡 들어보세요"

ECM 50년 역사서 앨범 50장 선별

음악적 의미·재킷 디자인 등 소개

'스트리밍 시대' 설 자리 줄었지만

"재즈는 여러번 들어야 진짜 매력"

'ECM 50 음악 속으로' 저자 류진현./오승현기자'ECM 50 음악 속으로' 저자 류진현./오승현기자




글로벌 음반사는 아니지만 전 세계적으로 확실한 마니아를 보유한 독립 음반 레이블을 찾을 때면 ECM이라는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1969년 독일의 프로듀서 만프레드 아이허가 처음 설립한 이래 50여 년 간 팻 메시니, 키스 재럿, 칙 코리아 등 유수의 재즈 뮤지션들의 각종 명반을 내놓은 레이블이다. ‘침묵 다음으로 가장 아름다운 소리’라는 모토 하에 설립 이래 지금까지 아이허가 직접 프로듀스한 앨범을 내고 있는 ECM은 완벽하고 아름다운 음악의 상징으로 인정받으며 세계 각지에서 팬을 확보해 왔다. 그래미 어워즈 세 차례의 수상으로 음악적 가치도 인정 받았다.






최근 발간된 신간 ‘ECM 50 음악 속으로’는 ECM 레코드가 50년 간 발매한 앨범 중 50장을 선별해 소개하고 이들의 여정을 안내하는 일종의 가이드다. 저자 류진현씨는 2002년부터 20년 가까이 ECM 레이블의 국내 유통을 맡아온 전문가다.

최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출판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ECM에 대해 “엄청난 정성을 담아 완성도 높은 음반을 50년 넘게 만들어 왔다는 점이 제게는 매우 크게 다가온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전 곡을 감상하도록 의도하고 앨범을 만드는데, 계속 반복해서 듣다 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무심히 지나쳤던 사운드가 와 닿고, 프로듀서의 의도를 즐길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직업을 떠나 그는 이미 오래 전부터 ECM의 팬이었다. 대학 시절 키스 자렛의 앨범을 접한 이래로 ECM의 마니아가 됐다. 류씨는 “대학생 때 폐점을 앞둔 음반 가게에서 ECM 음반을 팔길래 부모님을 졸라서 타낸 용돈으로 음반 약 100장을 한꺼번에 사서 열심히 들었다”고 회상했다.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 앨범 표지. 70년대 퓨전 음악을 대표하는 음반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제공=HB Press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 앨범 표지. 70년대 퓨전 음악을 대표하는 음반 중 하나로 꼽힌다. /사진제공=HB Press


책에서 그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 피아노 솔로 앨범인 키스 재럿의 ‘Koln Concert(쾰른 콘서트)’, 팻 메시니의 대표작 ‘Offramp(오프램프)’, 70년대 퓨전 음악의 대표적 음반인 칙 코리아의 ‘Return to Forever(리턴 투 포에버)’, 얀 가바렉과 힐리어드 앙상블의 ‘Officium(오피시움)’ 등 앨범 50장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전한다. 2019년에 설립 50주년을 맞이한 것을 계기로 한 번 쯤 들어보면 좋을 것 같은 음반을 정리하고 싶었던 그는 역사 속에서 의미 있는 작품을 시대와 장르에 편중되지 않고 고루 골라 책에 담아냈다. 류씨는 “ECM의 음반은 아이허가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한 아티스트를 직접 모아서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며 “덕분에 음악 자체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시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키스 재럿의 ‘Koln Concert’ 앨범을 가장 좋아한다는 그는 “지금도 머리가 복잡할 때 들으면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팻 메시니 그룹의 대표작 ‘Offramp’의 표지. /사진제공=HB Press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팻 메시니 그룹의 대표작 ‘Offramp’의 표지. /사진제공=HB Press



책에는 앨범과 함께 재킷 이미지가 함께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일부 앨범의 경우 LP 재킷의 안쪽까지 촬영해 음반을 직접 펴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들 앨범의 재킷은 전 세계 사진 작가들이 ECM에 보내오는 사진 중 아이허가 재킷에 들어갈 컷을 직접 골라서 작업을 한다. 이탈리아, 영국, 독일에 이어 한국에서도 2013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큰 전시회가 열렸을 정도로 디자인의 예술성이 인정받고 있다. 류씨는 “완벽주의자인 아이허가 서체, 색상, 크기 등에 민감해서 글자 위치만 1,000번 이상 수정한다는 얘기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전해진다”며 “국내 재즈 앨범의 재킷 디자인에도 ECM이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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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 피아노 솔로 앨범으로 꼽히는 키스 재럿의 ‘Koln Concert’ 앨범. /사진제공=HBPress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재즈 피아노 솔로 앨범으로 꼽히는 키스 재럿의 ‘Koln Concert’ 앨범. /사진제공=HBPress


다만 음반 시장이 시대의 변화의 직격타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ECM 레이블도 예외는 아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30초 미리듣기’로 곡의 호불호가 쉽게 갈리는 시대에 ‘앨범 전 곡 감상’을 권장하는 방식은 설 자리가 마땅치 않다. ECM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강력한 건의로 2017년에야 스트리밍을 지원했다. 류씨는 “ECM 본사도 국내에서도 고민하는 부분”이라며 “이미 이름이 알려진 이들은 영향이 적지만 신인 연주자들의 경우 타격이 있다”고 전했다.

재빠른 변신에 서투른 ECM이 그래서 주목하는 것은 LP 시장이다. 특히 ECM은 다른 레이블에 비해 LP 판매량이 많아 스트리밍 시대에도 잘 버티는 편이라고 한다. “ECM도 저도, 아직은 ‘실체가 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이 있다’ 생각합니다. 그 사람들이 있는 한 ECM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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