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웅부웅’. 에어택시의 엔진이 켜지자 기체에 장착된 4개의 ‘회전 날개(rotor·로터)’가 공기를 가르며 돌아가기 시작한다. 헬리콥터처럼 조금씩 고도를 높이며 제자리에서 뜬 에어택시의 로터가 서서히 앞으로 ‘기울여(tilt·틸트)’진다. 일반 프로펠러 항공기처럼 지상과 수직으로 정렬을 마친 에어택시가 고속으로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하는 ‘틸트로터’ 에어택시의 비행 모습이다.
과학적 상상력에 그쳤던 에어택시의 비행을 볼 날이 머지않았다. 한화시스템은 9일 “틸트로터를 장착한 에어택시 기체 ‘버터플라이’의 시제기 제작을 당장 내년부터 시작할 예정”이라며 “최적 속도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체 상세 설계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시스템의 에어택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미래 성장 동력의 한 축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2019년 7월 국내 최초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 진출을 전격 발표하고 지난해 영국 롤스로이스 출신의 항공 전문가를 영입해 신사업부를 출범시킨 후 UAM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에어택시 ‘버터플라이’는 4개의 틸트로터가 장착된 전기식 수직 이착륙 항공기다. 활주로가 없어도 헬기처럼 이착륙이 가능하고 공중에서 회전 날개를 앞으로 기울이면 항공기처럼 먼 거리를 빠르게 비행할 수 있다. 헬기처럼 떠서 전투기처럼 나는 것이다. 미군이 2000년대 중반 실전에 배치한 ‘오스프리’ 수송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산악지형이 많고 활주로가 부족한 국내 환경에 특히 적합한 기종으로 평가 받는다.
한화시스템의 에어택시는 미국 오버에어와 협력해 일반 틸트로터보다 성능이 좋은 ‘최적 속도 틸트로터(OSTR)’ 기술을 적용했다. 경량 복합재와 고효율 공기역학 기술로 기존 틸트로터 항공기보다 최대 5배의 연비 효율을 제공한다. 최소 10분 만에 고속 충전을 할 수 있어 연속 운항이 가능하고 최고 시속 320㎞로 서울에서 인천까지 약 20분 만에 이동할 수 있으며 100% 전기로 구동돼 친환경적이다. 1명의 조종사와 4명의 승객, 그리고 수하물을 적재할 수 있으며 향후 원격 조종이 가능해지면 최대 5명까지 탑승할 수 있다. 현재 비행시간은 30여 분이며 운항 시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동희 기자 d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