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안산 공장 대형 화재로 초지기 2대를 잃은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 대양제지가 예상치 못한 위기를 겪고 있다. 초지기는 골판지 원지를 생산하는 기계인데 화재로 소실되면서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어려웠다.
코로나19로 택배 주문이 몰리면서 골판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생산 시설을 잃어버려 수혜는 커녕 ‘남의 일’ 처럼 지켜 봐야만 했던 것이다. 더구나 지난 9일 대양제지가 영업정지까지 발표하면서 거래소가 내달 5일 상장 폐지 실질 심사 대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나서면서 악재가 겹치고 있다.
10일 제지 업계 등에 따르면 대양제지는 직원 대부분을 유급 휴가 처리한 상태로 알려졌다. 안산 공장 화재로 초지기 2대가 완전 소실되면서 영업이 전면적으로 막히자 극약 처방을 내린 것이다. 핵심은 대양제지가 언제 영업을 재개할 수 있느냐다. 이는 1대에 1,500억원이나 하는 초지기 설비 도입과도 맞물려 있다.
대양제지는 조속한 영업 재개를 위해 초지기를 새로 주문해 도입하기보다는 해외에서 기존 설비를 이전해 오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대양제지가 결정을 미루면서 영업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억측이 나왔다. 거래소가 움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의 키는 대양제지 지분 46%를 보유한 최대주주 신대양제지의 의사다. 대양제지는 신대양제지의 창업주인 권혁홍 대표와 대양제지 창업주의 2세인 권영 대표가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권혁홍 대표는 대양제지 창업주(故권혁용)의 동생이기도 하다. 신대양제지는 창업주인 권혁홍 대표와 권 대표의 장남인 권택환 대표가 각자 대표를 맡고 있다.
코스닥시장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기준표에 따르면 매출이 얼마를 넘어야 한다는 등의 기준은 없다. 매출 지속 가능성, 수익성 회복 가능성, 재무제표 취약성 등을 따져 판단하게 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양제지가 사업을 접을 가능성은 전무해 보이지만 거래소 심사 결과나 최대주주인 신대양제지의 전략적 판단 등이 얽혀 있는 문제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양제지 상폐 여부가 신대양제지의 가업 승계 작업과 맞물려 결정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이상훈 기자 shle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