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업계에서 전방위로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는 해외와 국내를 놓고 대규모 반도체 시설 투자를 검토 중이다. 미국 지방 정부에 세제 감면 등을 요구하며 투자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아직까지 부지가 확실하진 않은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약 170억 달러(약 19조 원) 규모의 파운드리 공장 증설 투자와 관련해 향후 20년간 8억 550만 달러(약 9,000억 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달라고 지방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삼성은 오스틴 뿐 아니라 뉴욕, 애리조나에 발을 걸치고 있다. 기흥·화성·평택 등 국내 사업장도 삼성전자의 증설 후보지 가운데 하나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를 위해 복수의 후보지를 다각적으로 검토 중인 것은 맞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이처럼 투자를 놓고 ‘밀당의 기술’을 선보이는 것은 최적의 투자 조건을 위해서다. 이 가운데 경쟁자인 TSMC에 대한 견제도 이뤄진다. 시장 참여자가 적은 첨단 분야일 수록 서로의 생산 능력, 고객사 확보 등 여부는 계약 직전까지 철저히 보안에 부쳐져야 한다. 순간의 방심이 몇년의 뒤처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뿐 아니라 디스플레이도 비슷하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에 TV용 LCD 패널 생산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올 초 이를 뒤집고 중단 시기를 잠정 연기했다. LG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두 회사 모두 언제 TV용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할지 뚜렷하게 밝히고 있지 않다. 두 회사의 최대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와도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 부품 업계는 심리전이 치열하다”며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생산 중단을 선언한 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한 뒤로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말을 아끼고 있다”고 전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