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폐쇄됐던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한 쇼핑몰이 재개장한 가운데 마스크를 착용한 직원이 손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EPA연합뉴스멕시코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산소 부족으로 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산소 탱크를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산소탱크의 가격이 폭등하면서 암시장이 형성됐으며, 범죄조직이 산소탱크 공급차량을 탈취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12일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멕시코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약 17만명으로, 미국(약 48만6,000명)과 브라질(약 23만6,000명)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엄청난 숫자다. 코로나19 사망자 4위인 인도와 비교할 때 멕시코의 사망자 숫자는 유독 놀랍다. 인도의 사망자는 약 15만5,000명인데, 인도의 인구는 멕시코보다 10배 가량 많기 때문이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고 있다. 지난달 멕시코의 코로나19 사망자는 3만명을 넘겼는데, 이는 월별 기준 가장 높은 수치였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처럼 높은 멕시코의 코로나19 사망률 원인을 산소 탱크 부족이라고 보도했다. 병원이 포화상태인 상황에서 코로나19 환자를 둔 가족들은 직접 산소탱크를 구하는 방식으로 치료에 나서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산소 탱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현재 멕시코에서 가장 작은 산소 탱크의 가격은 800달러를 넘어섰다. 이는 미국보다 10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이 작은 산소 탱크를 채우는데 필요한 산소의 가격은 약 10달러인데, 이 산소는 오직 6시간만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가족들을 보살피고 있는 다비드 메넨데스 마르티네스는 텅 빈 산소탱크를 채우기 위해 몇 시간 동안 줄을 서는 것이 일과가 됐다. 그는 "아버지의 산소 포화도는 60퍼센트이며 동생의 산소포화도는 50%인 상황"이라며 "아내는 숨을 쉴 수 없어 입술이 파랗게 변해버렸다"고 말했다.
/AP연합뉴스멕시코의 연방 소비자보호 사무소장인 리카르도 셰필드는 지난달 첫 3주 동안에만 전국의 가정용 산소 수요가 700% 늘어났고, 이 과정에서 가격이 3배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폭등은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왔다"며 절박한 사람들로 인해 가격이 부당하게 급등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절박한 이들을 노린 사기도 늘었다. 한 남성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된 할머니를 위해 산소농축기를 1,600달러에 구매했다. 하지만 이 기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후 이 남성은 페이스북을 통해 만난 판매자에게 100달러의 예치금을 내고 농축기를 구매했는데, 농축기는 아직까지도 배송되지 않았다. 결국 이 남성의 할머니는 사망했다.
멕시코 정부는 산소탱크 운반 트럭을 별도로 보호하고 산업용 산소보다 의료용 산소를 우선시하도록 하는 등 대처에 나섰지만 가격 폭등 현상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멕시코는 산소 탱크를 생산하지 않는데다, 미국에서의 수입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NYT는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았음에도 멕시코 당국은 비필수사업장의 폐쇄 시점을 몇 주 뒤로 연기했고, 이후 연휴 기간동안 집에 머무르라는 정부의 지침을 많은 시민들이 따르지 않으면서 코로나19 감염 건수가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