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마틴 에널스 인권상


지난 1994년 중국의 반체제 인사 해리 우가 ‘마틴 에널스 인권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그는 구소련의 헝가리 침공에 반대했다가 1960년부터 19년간 노동 개조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고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 중국의 인권 침해 실태를 고발했다. 그의 마틴 에널스상 수상은 국제 사회에 중국의 인권 침해 심각성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노벨 인권상’으로 불리는 마틴 에널스상은 전 세계에서 신변 위협이나 탄압에도 불구하고 인권 운동에 헌신한 이들의 용기와 희생을 치하하기 위해 1993년 제정됐다. 국제엠네스티 사무총장이었던 마틴 에널스(1927~1991)의 이름에서 따왔다. 영국 중서부 스태퍼드셔에서 태어난 에널스는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반인종차별운동 창립 멤버로 활동한 데 이어 국제엠네스티와 인연을 맺어 1968년부터 12년 동안 사무총장을 맡았다. 국제엠네스티는 무고한 정치범의 석방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친 공로를 인정 받아 1977년 노벨평화상, 1978년 유엔인권상을 수상했다. 모두 에널스가 사무총장으로 재직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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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감옥에 투옥 중인 인권 변호사 위원성(余文生)이 최근 마틴 에널스상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위 변호사는 2015년 인권 운동가 300여 명이 중국 당국에 붙잡혔던 ‘709 검거’ 때 인권 변호사 왕취안장을 변호하기도 했다. 그는 2018년 국가주석 경쟁 선거 등을 주장하는 개헌 건의서를 발표한 직후 경찰에 체포돼 지난해 6월 국가 정권 선동 전복죄로 징역 4년형을 선고 받았다. 심사위원단은 “인권 운동가들을 침묵시키지 못할 것임을 중국 정부에 알리는 수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중 갈등이 첨예화하는 시점에 중국 인권 운동가가 또 다시 마틴 에널스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파장이 일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첫 정상 통화에서 무역과 인권 문제를 거론하면서 대중 강경 기조를 분명히 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내세워 가치 동맹을 묶으려는 미국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는 ‘회색 전략’을 버리지 못하고 있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정민정 논설위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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