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기업들 "규제 3법에 해외이전 검토"…쿠팡처럼 脫한국 러시 우려

■기업인 '규제강화' 인식 조사

40%가 "국내 고용 축소 고려"

10곳 중 7곳은 "정책 불만족"

"투자·일자리 등 위축" 경고도





정부 여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기업 규제 법안들이 기업의 고용·투자 감소라는 거대한 후폭풍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의 실핏줄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과 미래 산업을 짊어질 벤처기업 4곳 중 1곳은 사업장이나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방법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인 쿠팡이 국내가 아닌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택한 것처럼 규제에 짓눌린 기업들의 ‘탈(脫)한국’이 괜한 겁주기가 아닌 셈이다. ‘기업 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통합감독법)’에 대한 체감도는 10곳 중 7곳이 불만족했고 가장 시급한 개선 과제 1순위로는 노동 규제가 꼽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벤처기업협회가 공동으로 실시해 15일 발표한 ‘최근 기업 규제 강화에 대한 기업인 인식 조사’ 결과 응답 기업의 37.3%가 최근 추진된 기업 규제 강화로 국내 고용을 축소할 수 있다고 답했다. 3개 단체가 실시한 이번 조사는 대기업과 중견기업 각 28곳과 벤처기업 174곳 등 총 230곳이 참여했다. 다중대표소송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 및 대주주 의결권 3% 제한을 비롯해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조합법 개정 등 최근 쏟아진 기업 규제 강화 조치가 회사 경영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파악하기 위해 진행됐다.



응답 기업 중 가장 많은 37.3%가 최근 기업 규제 강화로 국내 고용 축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답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벤처기업(40.4%)이 가장 많았고 대기업(33.3%), 중견기업(26.4%) 순이었다. 27.2%는 국내 투자 축소를 꼽았다. 특히 투자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대기업의 경우 국내 투자 축소를 고려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인 50%에 달했다. 중견기업은 37.7%였고 벤처기업은 20%였다. 전경련 관계자는 “대기업은 이미 타이트하게 인력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고용을 줄일 여지가 크지 않고 사회적 시선도 의식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 대신 투자를 줄이는 방식으로 규제 강화에 대응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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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기업의 21.8%는 아예 공장이나 법인을 해외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글로벌 주요 시장에 진출해 있는 대기업은 응답 비중이 9.3%에 그쳤지만 중견기업과 벤처기업은 비중이 각각 24.5%, 24%로 대기업보다 컸다. 중견과 벤처기업 4곳 중 1곳꼴로 국내 사업장의 해외 이전을 고민할 수 있다는 의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 경제’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규제 강화 법들이 되레 국내 고용과 투자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규제 3법에 대한 기업들의 평가도 박했다. 응답 기업의 44.3%는 매우 불만족, 25.2%는 불만족으로 답해 전체 응답 기업의 69.5%가 불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20.9%였고 약간 만족(6.5%), 매우 만족(3%) 등 만족한다는 응답은 10%에 못 미쳤다. 규제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답한 기업 중 가장 많은 59.4%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업을 잠재적 범죄 집단으로 보는 반기업 정서를 조장한다’는 응답도 31.9% 나왔다.

기업들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목한 규제는 노동 규제였다. 설문 대상 기업 중 가장 많은 39.4%가 노동 관련 규제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다. 특히 대기업(18.2%)보다는 벤처기업(44%)과 중견기업(37.5%) 등 기업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곳들의 노동 규제 개선 목소리가 컸다. 법인세 인하 등 세제 부담을 덜어달라는 의견도 20.4% 나왔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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