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2,300만 명분을 추가로 확보해 총 7,900만 명분의 백신이 국내에 도입된다. 18세 미만과 임신부 등을 제외한 접종 인원 목표인 4,355만 명의 2배에 가까운 물량을 확보한 것이다.
질병관리청은 16일 노바백스 백신 2,000만 명분, 화이자 백신 300만 명분 추가 도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정부가 확보한 백신은 국제 백신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 1,000만 명분,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모더나 2,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 화이자 1,300만 명 분, 노바백스 2,000만 명분 등 총 7,900만 명분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올해 접종 인원인 4,355만 명의 1.81배에 달한다.
전체 백신 중 25%가량을 차지하는 노바백스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 국내 공장에서 전량 생산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SK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노바백스 백신을 오는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공급받을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해 8월 노바백스와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을 체결한 후 코로나19 백신 기술 도입을 완료했다. 양동교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자원관리반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국내에서 생산된 백신을 우리나라가 공급받게 됐을 뿐만 아니라 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공급과 생산에 대한 권한을 함께 가지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으로 백신 공급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노바백스 백신은 안전성과 효능, 보관·유통 용이성 등 세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백신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확보한 노바백스 백신은 안전성과 예방 효과, 유통·보관 측면에서 우수해 11월 집단면역 형성 목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백신은 항원 단백질을 합성해 면역 증강제와 섞어 인체에 투여함으로써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합성 항원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 방식은 기존 인플루엔자나 B형간염 예방 백신 등에 활용된 기술로 안전성은 이미 검증된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바백스에 따르면 지난달 영국에서 시행한 임상 3상 시험에서 평균 89.3%의 예방 효과를 나타냈다. 모더나(94.1%), 화이자(95%)에 비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수준이다. 게다가 2~8도에서 보관·유통이 가능하고 유통기한도 2~3년으로 상대적으로 긴 편이어서 접종하기도 수월하다. 정재훈 가천길병원 예방의학과 교수는 “노바백스가 사용하는 합성 항원 플랫폼은 기존에 많이 사용되던 플랫폼이라서 안전성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의료계에서도 기대가 큰 편”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
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효능과 안전성, 편의성, 가격, 대량생산 가능 여부 등 측면에서 봤을 때 mRNA백신보다 못하지만 아스트라제네카보다는 품질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노바백스 백신은 일반 독감 백신과 똑같이 접종할 수 있기 때문에 요양 병원, 요양 시설을 직접 방문해 접종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만 변이 바이러스에는 mRNA 방식의 화이자·모더나 백신에 비해 노바백스 백신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노바백스 백신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변이 바이러스에 대해 각각 85.6%와 60%의 효과를 보였다.
노바백스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우선 접종 대상에서 제외된 만 65세 이상 고령층에게 접종될지 주목된다. 요양 병원 등으로 직접 찾아가는 접종을 하기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허가 심사 과정에서 접종 대상자를 확정할 방침이다. 정경실 예방접종관리반장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만 65세 이상) 접종이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면 3월 이후에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이라든지 모더나·얀센 백신 같은 다른 백신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화이자 백신의 접종 시작 시점은 4월로 앞당겨졌다. 정부가 화이자와 조기 공급 협상을 맺어 3월 말 내에 50만 명분, 2분기에 300만 명분이 각각 공급될 예정이다. 양 반장은 “공급 시점이 계약서상에 명시돼 있어서 차질 없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