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남하한 것으로 추정되는 남성이 16일 강원도 동부지역 민간인통제선(민통선) 지역에서 붙잡혀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강원도 고성지역에서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 위를 넘어 14시간여 만에 신병이 확보된 데 이어 3개월여 만에 또 같은 부대에서 경계 허점이 드러났다.
16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남성으로 추정되는 미상 인원은 이날 오전 4시 20분께 북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던 중 동해 민통선 내 검문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식별됐다.
군은 인근 부대에서 ‘5분 대기조’ 개념의 작전 병력을 투입했고 CCTV로 식별한 지 3시간 만인 오전 7시 20분께 신병을 확보했다.
합참 관계자는 “해당지역 해안 경계를 포함해 경계 태세 전반에 대해 점검 중에 있고, 이 남성의 남하 경로에 대해서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며 “해상으로 왔을 가능성을 포함해 조사를 하고 있다.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및 지상작전사령부 검열실 요원들이 현장을 확인하면 추후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이 남성이 육상으로 남하했다면 최전방 철책이 3개월여 만에 또 뚫린 셈이다. 최전방 철책에서 이 검문소까지 거리는 5㎞가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상으로 헤엄쳐 왔다 해도 해안 경계·감시망에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합참이 해안 경계를 언급한 것으로 미뤄 이 남성은 육상의 최전방 철책을 넘어오기보다는 바다로 헤엄쳐 넘어왔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겨울 추운 날씨에 바다에 뛰어들었다면 저체온증 등으로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에 잠수복 등 보조 장비가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군은 이런 장비가 있는지 집중 수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이 남성이 철책이나 해안지역에서 수 ㎞ 떨어진 민통선 검문소 인근으로 이동할 때까지 몰랐다. 검문소 근처까지 접근하자 CCTV로 식별했는데 만약 불순한 목적으로 완전 무장 상태였다면 무방비로 당할 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고성지역의 육군 모 사단에서 경계 허점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 부대에서는 2012년 10월 북한군 병사가 군 초소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표시한 일명 ‘노크 귀순’이 있었다. 또 지난해 11월 4일에는 북한 남성이 최전방 철책을 가볍게 뛰어넘어 민통선 지역에서 14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당시 군의 조사 결과 철책 상단 부분에 설치된 상단 감지유발기의 내부에 압력을 감지기에 전달해주는 나사가 풀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감지기에 압력이 가해지면 나사가 광섬유를 눌러 구부러짐(절곡)에 의해 센서가 작동하도록 고안됐는데 이 나사가 풀려 있어 절곡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전방의 강한 바람으로 철책 기둥 위에 설치된 와이(Y)자 형태 브라켓에 붙어 있는 상단 감지 유발기가 흔들리면서 나사가 스스로 풀린 것으로 군은 추정했다.
군은 두 사건 이후 사각지대 등에 CCTV를 추가 설치하는 등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으나 후속 대책이 제대로 이행됐는지도 의문이다.
‘5분 대기조’ 병력이 출동했음에도 신병을 확보하는 데 3시간이나 걸린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군은 이 남성의 신병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대침투경계령인 ‘진돗개 하나’를 발령했다 해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돗개’는 무장공비 침투 등 북한의 국지도발 가능성에 대비한 방어 준비태세로 연대장급 이상 지휘관이 발령한다. 평소에는 ‘진돗개 셋’을 유지하다가 북한군의 침투가 예상되면 ‘진돗개 둘’이 발령된다. 적의 침투 흔적 및 대공 용의점이 확실하다고 판단될 때는 ‘진돗개 하나’가 내려진다.
군은 지난해 11월에도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대대적인 수색 작전을 펼쳤지만 북한 남성은 최전방 일반전초(GOP) 철책으로부터 1.5㎞ 남쪽까지 이동해 있었다. 당시 이 남성은 철책을 넘은 지 14시간 30분 만에 기동수색팀에 의해 발견되어 초동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군 관계자는 “이번에 신병을 확보한 남성에 대해서는 남하 과정과 귀순 여부 등 세부 사항을 관계 기관과 함께 조사를 하고 있다”며 “해당 지역의 해안 경계를 포함해 경계 태세 전반에 대해 점검 중이고,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욱 기자 myk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