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공개한 올해 업무 보고 내용을 보면 기존에 발표한 공급 확대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의 일환으로 수도권 127만 가구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임대차법 부작용이 진행 중인데도 오는 6월부터 전월세신고제를 본격 시행한다. 또 부동산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전담 조직도 상반기 내 설립할 계획이다. 2·4공급 대책에서 위헌 논란이 나오고 있는 공공 개발 사업의 토지 소유주 현금 청산에 대해서는 개정 없이 강행하기로 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전월세신고제, 불법행위 대응반 강화 등이 조세 정의를 바로 세우기보다는 시장에서는 정부의 통제 강화로 인식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4년간 부동산 정책이 시장 안정화를 불러오지 못한 이유가 이 같은 통제 위주의 정책인 만큼 올해도 정부와 시장의 기 싸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6월부터 임대 소득 드러난다…매매 거래에는 ‘현미경’ 조사=국토부가 16일 발표한 주요 업무 계획을 살펴보면 전월세신고제가 6월부터 본격 시행된다. 전월세신고제가 시행되면 임대차 계약의 당사자 또는 공인중개사가 거래 30일 이내에 해당 계약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파악되지 않았던 임대 소득자의 수입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본격 시행에 앞서 4월 일부 지역을 선정해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어느 지역을 시범 지역으로 선정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기존 계약 갱신과 신규 계약의 가격 변동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매매 거래에 대한 조사도 대폭 강화된다. 국토부는 현재 운영 중인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반의 기능을 강화한 ‘불법행위 대응 정규 전담 조직’을 상반기 내 설립할 예정이다. 공시 가격도 크게 오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부동산 공시 가격 현실화 계획에 맞춰 올해도 공시 가격을 대폭 인상할 예정이다. 정부안에 따르면 15억 원 이상 공동주택의 현실화율은 지난해 75.3%에서 올해 78.3%까지 상승한다. 또 9억~15억 원 공동주택은 지난해 69.2%에서 올해 72.2%, 9억 원 미만 공동주택은 지난해 68.1%에서 올해 68.7%로 상승하게 된다.
◇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GTX-D노선도 본격화=정부는 지난 2·4공급대책 등에서 발표한 수도권 127만 가구 공급안을 연내 본격 시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올해 수도권 24만 가구의 공공 택지 지구 계획을 확정하고 신규 택지 25만 가구를 지정·발표할 계획이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와 관련, “현재 20곳이 확정돼 지방자치단체와 협의 중”이라며 “확정되는 대로 2~3차례에 걸쳐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4공급대책 당시 논란이 제기된 공공 개발의 현금 청산에 대해서는 정책을 보완하지 않기로 했다. 윤성원 국토부 제1차관은 “공익적 목적에서 토지를 수용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정당 보상에 부합하며 정책적 보완이 필요 없다고 결론 지었다”고 설명했다.청약제도도 일부 바뀐다. ‘금수저’ 논란이 제기된 민영 주택의 신혼부부·생애최초 특별공급에 대해서는 현행 소득 기준 외에 자산 기준도 추가로 부여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를 위해 연구 용역을 발주했고 연말께 기준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수도권 서부권을 겨냥한 GTX-D 노선도 도입 여부가 드러난다. 정부는 6월께 4차 국가철도망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인데 GTX-D노선의 비용 편익 분석 등을 거쳐 포함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현재 경기도 부천·김포·하남시 등은 GTX-D노선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건의한 상황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공급 대책은 연내 공급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임대차법 등 각종 규제는 현재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올해도 각종 규제가 덧씌워지는 상황인데 시장 안정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