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총리실 산하에 시민사회위원회를 두고 전국 지자체에 시민 단체가 활동할 센터를 설치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여당이 4월 보궐선거에서 진보 진영과 시민 단체의 표를 결집하기 위해 또다시 무리한 법안을 추진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16일 국회에 따르면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 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환경 위기와 감염병,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가 시민사회 단체와 협력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 법안은 특히 1월 진선미 의원이 발의한 시민사회발전기본법안을 업그레이드한 점이 특징이다. 행정안전부 장관이 시민 단체 기본 계획을 만드는 진 의원의 안과 달리 이 법안은 상급 기관인 국무총리가 기본 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총리는 3년 단위로 시민사회 활성화와 공익 활동 증진을 위한 기본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총리실의 계획에 따라 전국 중앙행정 기관과 시도지사는 연도별 시행 계획을 수립하고 시행할 의무가 생긴다.
무엇보다 이 법은 전국에 총리실 산하의 시민사회 단체 기관을 만들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국 각 시도에 지방시민사회위원회를 설치하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를 지원하기 위해 ‘한국시민사회재단’을 만들고 각 지자체가 지역시민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했다. 전국 지자체가 시민 단체와 협력하는 낮은 단계의 ‘공동 정부’ 수준이다. 민 의원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해 시민사회의 성장을 견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법안 발의의 취지를 밝혔다.
당장 야당에서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여당이 진보 진영과 시민 단체의 ‘표 끌어모으기’를 위한 법안이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4월 보궐선거에서 범여권의 경우 정의당이 성 추문으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않는 변수가 생겨 후보 단일화를 통한 표심 껴안기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라며 “5% 수준인 정의당 지지층의 표를 잡기 위할 묘안이 필요해 시민 단체와 사실상 공동 정부를 구성하는 법안까지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야당은 벌써부터 2월 임시회에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민형배 의원실은 선거용 법안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진 의원 안에서) 논란이 됐던 재정 지원은 뺐고 정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사회에서 수고하시는 시민 단체들을 육성하는 게 정략적 판단에 의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