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성공한 쿠팡과 오프라인이 너무 비대해 고전하는 롯데를 비교해보세요.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온라인 판매로 흘러갈 텐데 타이밍이 늦으면 비용이 과대해져 미래차 전환이 느려질 수 있습니다.”(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래차 시대를 맞아 자동차 판매도 온라인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온라인으로 차를 사면 대면 접촉이 최소화되고 중간 마진이 축소돼 가격이 내려간다는 논리다. 회사로서도 전통 판매 채널을 간소화해 비용을 아끼고 미래차 전환을 서두를 수 있게 된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017년 영국을 시작으로 2018년 싱가포르와 이스라엘, 2019년 호주와 러시아, 지난해 미국·인도·이탈리아에서 온라인 판매 채널 ‘클릭 투 바이’를 연 이유다. 인도의 클릭 투 바이 채널은 최근 방문자 700만 명, 문의 5만 4,000건, 구매 예약 약 5,000건을 달성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예전에는 당연한 차 구매 채널이었던 직영점과 대리점 등 오프라인 매장은 급변하는 산업 변화 속에서 전통 자동차 회사의 ‘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인건비와 판매 수수료, 매장 유지 비용 등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와 비교해보면 명확해진다. 테슬라는 모든 차량을 온라인으로만 판매한다. 소비자가 계약금을 내고 온라인에서 차를 계약한 뒤 차가 준비되면 잔금을 치르고 찾아가 차를 가져온다. 유통·판매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구조다.
그러나 현대차의 경우 수백 개의 대리점과 직영점이 있고 약 6,500명의 조합원으로 구성된 판매 직원 노조가 온라인 채널 구축을 원천 봉쇄하고 있다. 이들은 현대차에서 직접 채용한 영업 사원들로 기본급에 더해 판매할수록 수당이 붙는 고용 형태다. 자동차 회사와 소비자가 직접 접촉하는 온라인 채널이 활성화되면 판매 직원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위기감이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판매 방식 차이가 테슬라와 전통 자동차 업체의 시장 가치에 영향을 준다고 분석한다. 테슬라가 가벼운 몸집으로 비용을 아끼는 동안 전통 차 업체는 막대한 판매 채널 유지 비용을 흘리고 있다는 얘기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는 하얀 도화지에 미래를 그려나가는 반면 전통 브랜드에서는 기존 채널의 반발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며 “기존 채널을 해체하기도 어렵고 해체하려면 큰 비용이 드는데, 이런 차이가 주가에 반영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GM과 쌍용자동차가 차를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했다가 대리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게 대표적이다.
국내에서 온라인 판매를 준비하는 수입차 업체도 기존 채널의 ‘레거시(유산)’라고 할 수 있는 딜러사와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다. 올해 안에 온라인 채널을 출시할 예정인 메르세데스벤츠는 딜러사를 어떤 방식으로 온라인 판매에 참여시킬지 고민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논의 중인 부분으로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은 자동차를 비대면 구매할 준비가 됐다고 업계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이미 테슬라가 지난해 1만 1,800여 대를 온라인 판매하며 메이저 수입 브랜드의 상징인 ‘1만 대 클럽’에 가입했다. 차는 눈으로 보고 사야 한다는 인식은 거점 전시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현대차도 제네시스 수지·강남 등 전시장을 통해 차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면 자동차 가격은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중간 마진과 오프라인 채널 유지 비용이 사라지면 일정 부분이 소비자에게 돌아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자동차뿐 아니라 다른 상품들은 이미 온라인 구매가 대세가 됐고 중간 판매자들도 속속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물론 온라인 채널을 위협이라고 생각하는 판매 사원들의 입장 역시 일리가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자동차 회사들이 이들에게 일정 부분 안정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온라인 판매를 늘리는 게 현실적이라는 주장이다. 온라인 판매에서도 판매 사원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랜디 파커 현대차 미국법인 판매 담당 부사장은 “딜러들 또한 온라인 채널이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더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기찬 교수는 “노사가 양보와 타협을 통해 온라인 판매를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s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