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초등학교 6학년생이 고등학교에 발을 내딛는 오는 2025년부터 고교학점제가 전면도입되면서 학사운영이 크게 바뀐다. 그해부터 입학하는 고등학생들은 3년간 192학점(2,560시간)을 이수해야 졸업할 수 있게 된다. 고1은 기초 역량을 다지기 위해 공통 과목을 중심으로 수업을 듣고, 고2 때부터는 본격으로 선택 과목을 수강하면서 본인의 진로를 개척해나가게 된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경기도 구리시 갈매고등학교에서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고교학점제 종합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유 부총리는 또 “2025년 고교학점제에 전면 적용되는 내용을 2028년 대입 제도에 반영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를 올해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해 현행 ‘정시 확대’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학사 운영 및 학점 체계는=고교학점제 학사 운영이 학기 단위로 짜여 과목도 학기 단위로 편성된다. 수업량의 기준은 현행 ‘단위’가 아닌 ‘학점’으로 전환된다. 재학생은 50분씩 총 16회의 수업을 수강하면 1학점을 획득할 수 있다. 과목당 학점은 학기별로 1~5학점으로 배점된다. 재학생은 학기당 최소 28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과목별 성취도는 현재 성취율에 따라 ‘A~E' 등급으로 분류되지만 2025년부터는 미이수(I) 등급이 신설돼 ‘A~I’ 등급 체계로 바뀐다. I등급은 해당 과목의 성취율을 40%미만으로 평가받고 출석 3분의 2 미만인 학생에게 적용된다. 미이수가 여러 건 누적돼 3년 내 192학점을 획득하지 못하면 3년 내에 졸업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같은 졸업 유예를 피하려면 과목 미이수자는 ‘보충 이수’ ‘대체 이수’ 수업을 수강해 미이수 학점을 취득하면 된다.
◇교과 체계는=교과 분류 체계에 선택 과목 범주에 ‘융합 선택’ 과목이 신설된다. 우선 보통 교과 분류는 현행 ‘공통 과목, 일반 선택·진로 선택 과목’에서 ‘공통 과목, 일반·융합·진로 선택 과목’으로 전환된다. 전문 교과 분류는 현행 ‘특목고용 전문 교과1, 특성화교용 전문 교과2’에서 ‘전문 공통, 전공 일반, 전공 실무 과목’ 체계로 전환된다.
이중 공통 과목의 구체적인 내용과 분량은 2022 국가 교육 과정 개정을 통해 결정된다. 신설되는 융합 선택 과목은 교과 내 혹은 교과 간 주제 융합 과목, 또는 실생활 체험 및 응용을 위한 과목을 포괄한다.
정부 고시 과목 외에 학생과 교사가 협업해 설계한 과목을 운영할 수도 있다. 시도교육청이 지역 특성을 반영한 과목을 신설할 수도 있다. 아울러 학생의 다양한 학업 수요를 반영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지역사회 기관에서 이뤄지는 교육 활동도 ‘학교 밖 교육’으로 간주해 학점으로 인정받게 된다.
◇진로 탐색은=교육부는 ‘소인수담임제’를 도입한다. 이는 10~15명 안팎의 학생 그룹별로 담임교사를 배치해 학습 관리와 진로 결정 지원, 학업 상담 및 생활 지도를 하는 제도다. 고교1학년 1학기는 ‘진로집중학기’로 운영된다. 이를 통해 재학생들이 공통 과목과 연계해 진로를 탐색하고 개인별 학업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겠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향후 숙제는=고교학점제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교원 확충, 학교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교육부는 우선 예비교원 복수 전공을 활성화해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활성화될 다양한 교과목의 교사 수요를 감당할는 계획이다. 복수전공자에 대해서는 중등교원 임용 시 가점을 부여하는 임용 우대도 추진하기로 했다. 과목 개설이 필요한데도 교사 확보가 어려울 때는 교원 자격이 없는 박사급 전문가 등을 시간제 기간제 교원으로 활용해 한시적으로 특정 교과를 담당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안정적 교사 수급 대책 없이 기간제 교사·강사를 확대하는 임시방편으로 고교학점제의 효과를 보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또 "정규 교원의 행정 업무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병권 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