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영상을 통해 세배하고 새해 덕담을 주고받는 설 연휴를 보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웃음꽃을 피우던 명절은 언제쯤 다시 가능할까. 우리나라에 첫 확진자가 지난해 1월에 나왔으니 1년 넘게 온 국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고군분투 중이다. 특히 의료인들의 헌신은 눈물겹다. 전 세계는 이런 상황을 하루라도 빨리 이겨내고자 백신 및 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을 서두르고 있다.
관세청은 지난달부터 인천공항 화물터미널에서 코로나19 백신 통관 절차를 사전 점검하는 모의 훈련을 여러 차례 실시했다. 신속 통관에 걸림돌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세관은 백신이 인천공항에 도착하기 전 수입 신고를 허용하는 ‘입항 전 수입 신고’ 절차를 적용한다. 수입 심사가 완료되고 화물기가 도착하면 세관 검사와 보세 구역 반입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전용 차량에 신속하게 싣게 된다. 관계 기관과 긴밀한 협력 체계도 점검했다. 관세청이 이런 특별 통관 절차를 적용하면 통상적인 통관 절차에 비해 소요 시간이 45시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국가적으로 위중한 상황을 겪을 때마다 관세청은 대한민국의 관세 국경을 지키는 수문장으로서 신속 통관을 위해 가능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코로나19 초기이던 지난해 2월에는 보건용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위생·방역물품과 이들 물품의 원부자재 공급이 부족했다. 관세청은 신속 통관 지원팀을 세관별로 구성하고 공휴일이나 야간에도 통관이 가능하도록 24시간 상시 통관 지원 체계도 가동했다. 공장이 멈춰 설 정도로 수급 상황이 위기였던 자동차 필수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같은 물품에 대해서는 수입 검사 선별을 최소화하는 등 통관 지연 요인을 철저히 없앴다. 그 결과 지난해 2월부터 최근까지 약 6만 2,000건, 49억 달러 상당의 물품이 신속 통관의 혜택을 입었다. 같은 기간 24시간 통관을 통해 약 1조 4,000억 원 상당의 조업 중단 피해가 예방됐고 기업들은 192억 원의 통관 비용도 절감할 수 있었다.
관세청의 이런 통관 지원은 2019년 일본의 불화수소 등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 때도 빛을 발했다. 수출 규제 대상 품목의 입항 일정이 늦어질 조짐을 보이자 세관은 업체로부터 미리 선적 일정을 확보하고 해당 화물을 최우선으로 배에서 꺼내 기업에 차질 없이 공급될 수 있도록 조정했고 화물 반입에서 반출까지의 전 과정에서 통관 지체 요인을 제거했다.
이와 같이 예측하지 못해 촌각을 다투는 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신속한 통관이 가능한 비결은 뭘까. 화물의 관세 국경 반입에서 반출까지 단계별로 화물을 밀착 관리하며 위험도에 따라 검사 대상을 선별할 수 있는 조직과 시스템 등 대응 체계를 갖춰온 덕분이다. 관세청은 앞으로도 어떤 위기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런 대응 체계를 가동하고 직원들의 역량을 쏟아 국민과 기업이 차질 없이 일상생활과 기업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맡은 소임에 충실할 것이다.
/세종=양철민 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