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택시 기사 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불출석 문제로 파행됐다.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당일 고열로 병가를 낸 이 차관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출석을 회피한 것 아니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이날 오전 법사위 전체회의를 시작하면서 “이 차관이 고열이라 혹시 국회에 오더라도 회의장에 들어올 수 없는 사정이라고 해서 불참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출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병가를 하루 냈고 법무부에는 현재 출근하지 못한 상태로 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인지, 열과 관련돼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이 차관의 불출석을 문제 삼아 여당을 몰아세웠다. 법사위 야당 간사인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제가 확인한 바로는 (코로나19 관련은) 아닌 것 같다”며 “본인의 현안이 걸려 있으니 의도적으로 피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앞서 이 차관은 지난해 11월 택시 기사를 폭행해 도마 위에 올랐다. 나아가 당시 담당 경찰이 이 차관이 택시 기사를 폭행한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보고도 이를 묵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를 받고 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고위 공직자가 열이 난다면 기본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받는 게 매뉴얼”이라며 “(하지만 오늘 상황은) 국회 출석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차관이 열이 난다고 국회 출석을 안 했다. 그러면 차관하고 옆에 같이 있던 사람들 지금 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어떻게 여기 멀쩡하게 있느냐”며 “그게 사실이라면 박 장관도 의심된다. 어제까지 같이 있고 아침까지 접촉한 것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여기 있는 법무부 직원 다 검사 받으러 가야 한다. 아니면 출석을 피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쐐기를 박았다.
그러자 윤 법사위원장은 “이 차관이 곧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러 갈 모양”이라며 “오전 회의를 중지하고 상황 파악 후 오후 회의를 가질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회의 속개 시간을 정하지 않고 정회를 선언했다. 앞서 여야 간사는 오는 22일 다시 법사위 전체회의를 열고 법무부·감사원·헌법재판소의 업무 보고를 받기로 합의했다.
한편 야당 측 법사위원들이 대법원장 출석 요구를 이어가는 차원에서 항의하면서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는 예정보다 45분 늦게 열렸다. 김 의원은 이와 관련해 “대법원장에 의해 훼손된 삼권분립을 복원하기 위해 출석을 요구한 것”이라면서 “대법원장의 거짓말 상황에 대해 대법원장을 상대로 직접 질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고 성토했다.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