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안철수 “퀴어축제는 도심 밖에서”…보궐선거 판 흔든 ‘성 소수자’ 논쟁

安 “신체 노출, 성적 표현 수위 높아”

제3 지대 TV토론회 후 쟁점 전면에

양당 후보 모두 성소수자 문제 침묵

文 “동성애 반대” 발언 홍역 치르기도

다른 후보들도 입장 표명 압박받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1.02.18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1.02.18




‘성 소수자’ 문제가 4월 보궐선거의 판을 흔들고 있다. 야권 지지율 선두를 달리는 안철수 후보가 성 소수자들의 축제인 ‘퀴어 퍼레이드’를 “도심 밖에서 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파장이 여야 후보들을 덮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다른 야권 후보들은 물론 과거 대권 과정에서 성 소수자 문제로 홍역을 치른 바 있는 여권의 후보들도 일단 침묵하고 있다. 하지만 분위기는 입장을 밝혀야 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안철수 “퀴어 축제 거부할 권리도 존중” 파장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1.02.18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국민의당 안철수 예비후보와 무소속 금태섭 예비후보가 18일 상암동 채널에이 사옥에서 열린 단일화를 위한 토론에 앞서 준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21.02.18


논란이 되고 있는 퀴어 축제 문제는 지난 18일 안 후보가 “거부할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게 발단이 됐다.

안 후보는 제3지대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위한 TV토론에서 금태섭 예비후보가 자신처럼 퀴어 축제에 참여할 의향이 있느냐고 묻자 “차별에 반대하는 건 당연하다”면서도 “그런 것들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퀴어 축제가 도심 외곽 지역에서 열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예로 들며 “퀴어 축제를 광화문에서 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지 않느냐”고 답했다.



안 후보의 발언에 대해 곧바로 “혐오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정의당은 논평을 내고 “성소수자 시민에 대한 혐오와 분열을 조장하고, 서울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마치 선택인 것처럼 발언한 것에 대해 각성하고 상처입은 성소수자들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안 후보는 19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퀴어 발언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성적 수위가 높은 축제가 무방비로 노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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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국민의힘, 성소수자 문제 ‘침묵’ 모드


[연합뉴스TV 제공][연합뉴스TV 제공]


안 후보가 도심 퀴어 축제에 대해 반대하는 쪽의 입장을 다시 밝히면서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한 화살이 다른 후보들을 향하고 있다. 성소수자 문제는 동성결혼과 트랜스젠더 군복무 허용 등이 논란이 되며 선거 때마다 정치권을 달구는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 진보와 보수를 떠나 입장을 밝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이에 대해 입장을 낸 후보는 안 후보와 금 후보뿐이다. 나경원, 오세훈, 오신환, 조은희 등 국민의힘 후보 4인은 도심 퀴어 축제와 성소수자에 대해 얘기한 바 없다.

여당은 더욱 입을 닫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차별금지법과 관련해 “시대의 흐름이 변하는 만큼 포용적인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퀴어 축제 개최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우상호 후보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아직 시장에 당선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검토해본 것이 없다. 면밀히 따져서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대선 당시 TV토론회에서 동성애에 대해 “반대한다”고 답해 논란을 겪었다. 이 때문에 민주당 후보들도 입장 표명에 신중한 모습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무색무취’ 安, 성소수자 입장 먼저 밝혀 실익


제3 지대 TV토론회가 쏘아 올린 퀴어 축제 논쟁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실속을 챙긴 사람은 안 후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명확한 입장을 보이면서 전통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하는 보수진영에 확실한 메시지를 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색깔이 없다는 점이 약점이던 안 후보가 성소수자 문제에 대해 명확하게 말하면서 다른 후보들도 입장을 밝혀야 할 처지에 놓였다”고 평가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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