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장기화로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충격이 민간 소비와 대면 서비스업에 집중된 탓에 업종 간 양극화도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4분기 GDP가 462조 8,000억 원으로 코로나19 발생 직전이었던 2019년 4분기 GDP(468조 8,000억 원)의 98.7%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2008년 4분기의 분기별 GDP가 1년 만에 위기 직전 GDP 수준(101.0%)을 회복했던 것과 비교했을 때 코로나19로 우리 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상의 충격에 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기 직전 분기 GDP’와 ‘위기 발생 이후 분기 GDP 최저치’를 비교해 위기별 충격 강도를 측정한 결과 외환위기 당시 충격강도가 -7.6%로 가장 컸고 코로나19 위기가 -4.4%, 금융위기가 -3.2% 순으로 나타났다.
충격 회복에 걸린 기간은 외환위기가 6분기, 금융위기가 4분기였고 코로나19는 5분기째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코로나19 재확산과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반복되는 탓에 경제 회복 기간이 외환위기 수준까지 늦춰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업종별 K자형 양극화도 심화하고 있다. 제조업은 분기 GDP가 지난해 2분기를 저점으로 빠르게 반등하면서 4분기 만에 코로나19 직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서비스업은 지난해 4분기 GDP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97.9%에 불과해 글로벌 금융위기와 IMF 외환위기보다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제조업은 코로나19 발생 초기 글로벌 교역량이 감소해 큰 타격을 받았지만 비대면화의 영향으로 반도체와 가전 등 주력 산업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업황이 빠르게 회복됐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반면 사회적 거리 두기의 영향을 많이 받은 숙박·음식, 교육, 문화 업종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까지 뚜렷한 회복 양상을 보이지 못했다.
도소매업은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이 19.1%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회복세를 보였다.
민간 소비는 L자형 장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수출은 지난해 2분기 이후 가파르게 반등하면서 경기 부진을 일부 만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 민간 소비는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 4분기의 93.4% 수준으로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경연은 1~2분기 만에 민간 소비를 회복했던 과거 경제 위기 당시와 달리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이 지나도록 소비 위축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은 지난해 2분기에 코로나19 직전의 82.8% 수준으로 감소했다가 빠르게 반등하면서 4분기에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한경연은 최대 수출국인 중국이 빠르게 회복 국면에 들어섰고 미국 등 주요 소비 시장의 경제 활동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재개된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경제가 IMF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충격 이후 빠른 반등세를 보인 과거와 달리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종식 전까지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충격이 집중된 대면·서비스업의 상황은 1998년 외환위기 때 보다 심각하다”며 “피해 업종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