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美 NEC






1994년 3월 미국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최혜국대우(MFN) 연장 여부 논의를 위한 회의가 열렸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가경제위원회(NEC) 멤버들이 모두 참여하는 합동 회의였다. NSC는 1947년 창설 이후 정책 전반을 주도해온 데 비해 NEC는 1993년에야 설립됐기 때문에 NSC의 입장이 쉽게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막상 회의가 열리자 예측과 달리 격론이 벌어졌다.

NSC는 인권 개선을 조건으로 내걸 것을 주장했다. 반면 NEC는 최혜국대우가 취소될 경우 당시 400억 달러에 달하는 미중 무역은 물론 미국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며 인권과 무역에 대해 별개로 접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며칠 뒤 미국 정부는 “중국의 인권 문제는 다른 방식으로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NEC의 주장이 관철된 것이다. 신설된 지 1년이 갓 넘은 NEC가 수십 년 전통의 NSC에 필적하는 정책 결정의 양대 축으로 부상하는 순간이었다.



NEC는 경제가 외교 안보와 함께 국가 안전보장의 요체가 돼야 한다고 판단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1993년 1월 백악관에 설치됐다. 목적은 미국 및 국제경제 문제와 관련한 경제정책의 큰 줄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국내외 경제정책에 관한 조언도 한다. 위원장은 재정·금융·노동·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의 지원을 받으며 일한다.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NEC 위원장 주재로 재무·상무부 등 경제 부처 장관들이 모여 정책을 조정하고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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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디스 NEC 위원장이 최근 차량용 반도체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왕메이화 대만 경제부장에게 서한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와의 접촉도 추진하고 있다. 디스 위원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은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GM 등 미국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이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도 일부 공장이 가동을 멈추는 등 사정이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 여당은 장애물 제거를 위해 기업들을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되레 코너로 몰아세울 궁리만 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임석훈 논설위원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임석훈 논설위원 sh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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