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군이 사죄 못하면 저라도…" 제복 입고 5·18 묘지 참배한 현역 장교

"5·18 상관없지만 결국 軍이 한 일

軍이 사죄 못하면 저라도 해야"

5·18민주묘지에서 경례하고 있는 현역 영관급 장교. /연합뉴스5·18민주묘지에서 경례하고 있는 현역 영관급 장교. /연합뉴스




“5·18과는 상관이 없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군이 사죄하지 못하면 저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해 참배했습니다.”



현역 영관급 장교가 제복을 입고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를 해 눈길을 끌었다.

20일 광주 북구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영관급 계급장을 달고 육군 정복을 입은 중년의 남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미리 준비한 꽃다발을 참배단에 올린 후 거수경례로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이어 5월 항쟁을 이끌었던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묘소를 참배하고 묘비를 어루만지기도 했다. 현역 장교가 군복을 입고 5·18 묘지를 참배하는 것은 보기 드문 장면이다.


한 영관급 현역 군인이 지난 19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묘소를 참배한 뒤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한 영관급 현역 군인이 지난 19일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고(故) 홍남순 변호사의 묘소를 참배한 뒤 묘비를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자신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 없는 사람임을 밝히면서 “(하지만) 평소 생각하는 바가 있고 개인적으로 참배하고 싶어 찾아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5·18 당시 육군사관학교를 다니던 생도였던 그는 1990년대 초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위탁 교육을 받으면서 5·18의 진실을 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권력자의 명령에 의해 군인들이 한 행위라도 결국은 군이 국민들에게 안 좋은 일을 한 것 아니냐”며 “이에 대해 군은 분명히 사죄하고 용서를 비는 역사적 정리가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2018년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이 38년 만에 처음으로 공식 사과를 했지만 그는 이를 ‘군의 사과’로 보지 않았다. 그는 “장관은 민간인”이라며 “현직 군인들이 찾아와 아픔에 공감하고, 추모하고, 존경하고, 기려주는 게 더 중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군이 하지 못하면 저라도 개인적으로 와서 참배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좀 더 지위를 가졌을 때 상징적으로 오고 싶어 미루고 미루다 결국 전역을 앞두고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군부 인사 등) 당사자가 와서 용서를 비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역사가 정확하게 기록되고 모든 사람이 공감하면 그걸로 승리한 것”이라며 “군이 5·18의 아픔을 함께 추모하고 그것이 정확하게 역사에 쓰였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송영규 기자 skong@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