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1·2·3위가 이렇게 장기간 유지되는 산업이 어디 있을까요. 이런 산업은 거의 없다고 봅니다.”
최근 만난 한 보험 업계 관계자는 국내 보험 산업의 경직성이 심하다며 기존 보험사들의 디지털 전환이나 디지털 보험사 도전에는 한계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저성장·저금리·저출산 등 3저 위기에 처한 보험사들은 최근 너도나도 디지털화를 부르짖는다. 올해 신년사에서 보험사 수장 및 협회장들이 앞다퉈 디지털을 강조한 것은 물론 조직 개편을 통해 디지털 부서를 대폭 강화했다. 새로운 디지털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 2013년 출범한 온라인 전문 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의 뒤를 이어 지난해는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도 탄생했다.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현대자동차가 합작한 캐롯손보다.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보험사가 디지털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간 경우는 없다.
반면 해외에서는 혁신적인 디지털 보험 상품·서비스가 소비자를 사로잡고 있다. 2013년 등장한 중국 최초 온라인 전업 보험사인 중안보험은 이제 생활 맞춤형 소액 보험 시장에서 강자가 됐다.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를 통해 구매한 제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반송하는 ‘반송 보험’이 대표적이다. 생활 속 불편 포인트에 집중해 보험에 큰 관심이 없던 젊은 층까지 포섭한 결과 1년간 가입자 수는 2억 명을 돌파했다.
이에 비교하면 국내 보험사는 여전히 혁신의 발걸음이 더디다. 보험사들은 수많은 중장기·단기 전략과 태스크포스(TF)들로 시간을 지체하고 실험적인 시도에도 소극적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고객 경험을 생각하기보다는 상품을 단순 나열하는 데 그치는 등 혁신보다는 기존 보험업에 디지털을 살짝 입힌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런 측면에서 올해 등장할 카카오페이의 디지털 손보사가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카카오페이는 기존 보험사와의 협업 없이 보험의 모든 밸류 체인 과정을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뱅크가 은행의 디지털화에 불을 댕긴 것처럼 카카오보험 역시 보험의 판을 흔들 가능성이 충분해 보인다. 보험업의 대변혁을 기대해본다.
/김현진 기자 stari@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