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수입 과일과 쇠고기의 가격이 세계 주요 10개국 가운데 가장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지난해 8월과 10월 10개국 주요 도시의 24개 품목 물가를 조사한 결과 축산, 과일 등 9개 품목의 가격이 한국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유통매장별 평균 가격을 조사한 것으로, 환율은 지난 7~12월 평균값을 적용했다. 이들 9개 품목의 국내 가격은 모두 10개국 평균보다 1.5배 이상 비쌌다.
특히 국내산 쇠고기(1㎏) 가격은 14만8,029원으로, 10개국 평균 가격보다 2.8배 높아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 쇠고기(호주산·1㎏)는 10개국 평균보다 1.6배 높은 6만5,023원, 국내산 돼지고기(1㎏)는 2.3배 비싼 3만7,158원으로 세계 1위였다. 국내산 쇠고기와 돼지고기 가격은 소비자시민모임의 2015년 국제물가 조사 당시보다 각각 38.8%, 33% 올랐다.
소비자시민모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가정의 축산물 소비가 늘면서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조류인플루엔자(AI) 등으로 인한 공급 불안정도 원인이므로 공급 및 가격 안정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수입과일 가격도 국제물가와 비교해 전반적으로 비쌌다. 수입과일 8개 품목(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 레드글로브, 레몬, 오렌지, 키위) 모두 10개국 가운데 한국 가격이 1위 혹은 2위를 차지했다. 바나나, 파인애플, 자몽, 망고는 한국이 가장 비쌌다.
바나나(1다발)의 한국 가격은 1만3,200원으로, 10개국 평균의 1.6배 수준이었다. 이는 2015년 가격에 비해 99.1% 오른 것으로, 조사 품목 중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파인애플(1개) 역시 10개국 평균의 1.6배 수준인 6,381원이었고, 자몽(1개)은 1.8배인 3,015원이었다. 망고(1개)는 6,834원으로 10개국 평균의 2.6배에 달했다. 자몽의 경우 지난해 7~8월에 유통되던 남아프리카공화국산 상품이 동난 뒤 미국산이 수입되기 전까지 공백기가 생겨 가격이 오른 것이라고 소비자시민모임은 설명했다. 레드글로브(수입 포도)와 레몬, 오렌지, 키위 등 4개 품목의 한국 가격은 10개국 중 2위였다.
소비자시민모임은 "국내 자급률이 낮아 수입에 의존하는 과일의 가격이 다른 나라보다 높았다"며 "수입에 의존하는 농산물의 경우 생산 국가의 수출 지연이나 물류 대란 등으로 인한 가격 상승 요인이 있어 이에 대비한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코카콜라(1.5ℓ)와 칠레산 와인인 몬테스 알파 까르네쇼비뇽(750㎖)의 가격은 10개국 평균과 비교해 각각 1.5배, 1.9배 비싼 3,195원, 4만2,580원으로 세계 1위였다. 펩시콜라(1.5ℓ)와 수입 맥주인 버드와이저(335㎖) 가격은 10개국 가운데 한국이 3위, 하이네켄(330㎖)은 2위였다. 국내산 올리브유(1ℓ)와 이탈리아산 올리브유(500㎖) 가격은 각각 2위, 3위였고 흰 우유(1ℓ)는 4위였다. 반면 설탕(6위)과 오렌지주스(6위), 밀가루(7위), 생수(7위) 등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품목의 경우 스타벅스의 톨 사이즈 아메리카노와 카페라테는 각각 4위, 5위로 중간 수준이었다.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 단품은 8위, 세트는 9위로 다른 국가보다 저렴한 편이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