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효과 있더라도 내년 여름까지 5만6,000명의 사망자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현지 전문가들은 백신으로도 바이러스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을 것이며, 주기적인 재유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런 예측은 영국의 백신 보급률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한다는 전제하에 나온 것이라서 더욱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내년 여름까지 5만6,000명이 코로나19로 사망할 것이란 전망을 최근 발표했다. 영국 워릭대학교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전망치를 제시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정책을 마련할 때 이들 대학에 자문을 구한다고 WSJ은 설명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7월 말까지 모든 성인에게 백신을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가 문제없이 실현된다면 주요 서방국 중에선 백신을 가장 빠르게 보급한 사례일 것이라고 WSJ은 전했다.
실제로 영국 보건 당국은 현재까지 백신 접종 덕분에 고령자의 코로나19 감염률이 크게 낮아졌다고 전날 밝혔다. 영국 정부 최고의학보좌관인 크리스 휘티 교수는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80세 이상 성인의 코로나19 감염률이 접종받지 않았을 때의 예측치보다 57% 낮았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백신이 널리 보급되더라도 코로나19를 완전히 종식할 순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백신이 감염을 100% 예방하진 못할 뿐만 아니라, 국민 전체가 백신을 접종받지도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정부와 기업을 위해 코로나19 예측 모델을 개발한 '바이오나노 컨설팅'의 데이비드 사피 최고경영자(CEO)는 효력이 90%인 백신을 국민의 90%가 접종받는다고 가정해도, 산술적으로 계산했을 때 전체 인구의 19%가 감염 위험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 인구의 19%는 1,290만 명"이라고 전했다.
백신 효력을 무력화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고,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실제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여기에 더해 이동 제한, 사회적 거리두기, 봉쇄 등 각종 제한 조처를 완화할 경우 바이러스의 완전한 종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전날 단계적 봉쇄완화 로드맵을 발표하며 "봉쇄를 완화하면 확진자, 입원 환자, 사망자가 늘 것이란 사실을 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휘티 교수 역시 "백신이 감염률을 낮추긴 하겠지만 바이러스를 완전히 없애진 못할 것"이라면서 "코로나19는 앞으로 수년간 겨울마다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독감, 홍역,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처럼 고질적인 질병이 될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겨울철마다 마스크 착용이나 재택근무 등 조처를 도입해야 할 수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다만 제한조처를 도입하지 않아도 되는 '적정 수준'의 감염률을 설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보건부 면역국장을 지낸 데이비드 솔즈베리 교수는 이와 관련해 WSJ에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지는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