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통화위원회가 25일 금리를 논의한다. 현재 0.5%의 낮은 기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할 게 확실하다. 그러나 통화 당국의 ‘기준’ 금리 동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 적용되는 금리는 오르고 있다.
시장 금리의 중요한 척도인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1%를 넘어섰으며 지난해 최저치와 비교해 0.2%포인트 올랐다. 10년물 금리는 1.9% 수준으로 0.6%포인트 올랐다. 미국에서도 국채 금리가 상승해 10년물 기준으로 지난해 최저치와 비교해 0.8%포인트 뛰었다.
금리 움직임은 경제 현상을 반영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심각한 경제 충격을 겪었던 지난해 금리가 떨어졌으나 올해 경제 회복이 예상됨에 따라 오르는 것이다. 미국 경제가 회복하고 원자재 가격도 서서히 오름에 따라 미국 경제 전망을 반영하는 미국 국채 수익률도 상승한다. 한국 경제도 지난해 -1%와 0.5%였던 성장률과 물가 상승률이 올해 각각 3%대와 1%대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국채 금리가 오르는 추세다.
금리 상승을 더 부채질하는 것은 정부의 적자 국채 발행이다. 정부와 여당은 4차 재난지원금과 일자리 창출을 포함한 15조∼20조 원의 추경을 짜고 있는데 대부분 국채로 조달할 계획이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가 진정된 후 검토하겠다고 한 국민 위로금과 여당이 제안한 손실 보상을 위한 국채 발행까지 더하면 전체 얼마가 될지 가늠조차 안 된다.
국채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유가증권이므로 기초적인 경제 원리에 따라 공급이 늘면 싼 가격에 내놓아야 팔린다. 높은 수익률 즉 높은 금리를 제공해야 국채가 소화된다.
정부는 한국은행이 국채를 사주기를 기대하고 여당은 아예 한국은행 직접 인수를 법으로 강제할 기세다. 한은이 정부 발행 채권을 직접 인수한 것은 지난 1994년 양곡 증권 1조 1,000억 원이 유일하며 이주열 총재가 23일 국회에서 말했듯이 중앙은행의 신뢰성과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주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은은 지난해 정부 추경을 돕기 위해 시장에서 11조 원의 국채를 샀다. 당시는 경제가 나쁜 상황이라 저금리 유지가 가능했다. 올해는 금리가 오르는 상황이고 적자 규모도 커져 한은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 부양책 규모가 과도하다고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교수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반론이 있지만 미국 금융 시장 움직임을 보면 서머스의 경고가 일리 있다.
시장(market)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선도한다는 말이 있다. 정책 결정자가 좌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시장 신호를 거스르는 정책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무리한 확대 재정 정책을 멈춰야 한다. 기획재정부도 한은도 버거워하는 적자 국채 발행은 결국 국가 재정 파탄과 금융 시장 불안을 키울 뿐이다.
가계 주체도 금리 상승에 대처해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부채는 1,726조 원으로 한 해 전과 비교해 125조 원이나 늘었다. 코로나19로 시중 유동성이 많이 풀린 결과지만 지난해 최저점 대비 은행의 대출이자는 이미 0.3∼0.5%포인트나 올랐다. 전과 같이 ‘영끌’로 부동산에 투자해서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뜻이다. 금리가 올라도 경제가 나아지면 주식은 오를 수도 있지만 변동성이 커지는 데 유의해야 한다. ‘빚투’로 하는 주식은 당연히 멈춰야 한다.
기업은 필요한 사업 구조 조정을 하고, 코로나19 특별 조치로 연체와 부실 걱정을 덜었던 금융기관도 충당금을 더 쌓는 등 금융의 정상화 과정에 대비해야 한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