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미국의 아동 지원책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경기부양안 중 자녀 지원 확대 조항

저소득층 빈곤 탈출 등 효과 기대

진보주의자들 영구 존속 원하지만

보수진영은 "경제 자립 방해" 반대

폴 크루그먼폴 크루그먼





민주당이 대규모 경기 부양안의 법제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부양안의 규모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제안한 1조 9,000억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정부 지출은 대부분 한시적이다. 일정 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1인당 1,400달러의 지원금은 해마다 지급되는 게 아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실직자들에게 일정 기간 주는 추가 실업 수당 역시 마찬가지다. 백신 프로그램과 관련한 긴급 예산도 매년 편성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진보주의자는 부양안에 담긴 여러 항목 중 부양 자녀 지원 조항만은 영구히 존속하기를 원한다. 사실 이 같은 지원은 단지 도덕적인 차원 이외에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대다수의 보수주의자는 부양 자녀 지원 확대에 한사코 반대한다. 배경부터 살펴보자. 미국의 현행 세법은 부양 자녀 1인당 최고 2,000달러까지 세금을 공제한다. 하지만 이를 온전히 받으려면 과세소득(taxable income)이 공제액보다 많아야 한다. 그러나 2,700만 명의 어린이들은 최고 한도액인 2,000달러의 세금 공제를 받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소득의 가정에 속한다.

의회에 상정된 바이든의 미국 경제 부양 법안에는 부양 자녀 세금 공제액을 1인당 3,000달러, 6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 3,600달러로 인상하되 세금 공제액이 소득세보다 많아 차액이 발생할 경우 이를 해당 납세자에게 돌려주는 ‘환불(refundable)’ 조항이 포함돼 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저소득 가정에 속한 수백만 명의 자녀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보게 된다.

많은 사람이 빈곤 계층에 대한 배려가 부양 자녀를 거느린 가정을 향한 대대적인 지원의 이유라고 생각한다. 다른 경제 부국 중 상당수도 이와 유사한 제도적 장치를 갖춘 상태다.



하지만 보수주의자들뿐 아니라 일부 중도주의자들조차 빈곤층에 대한 배려가 역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빈곤 계층에 제공되는 인센티브가 그들의 근로 의욕을 꺾어 경제적 자립을 방해한다는 얘기다. 취업으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준 소득을 넘어서면 지원이 중단돼 오히려 손해를 보기 때문에 경제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부 의료보험 수혜자는 일자리를 얻어 가계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다.

관련기사



‘빈곤과의 전쟁’ 선포 50주년을 맞아 발표한 보고서에서 공화당은 빈곤 감소에 더 많은 진전을 이루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로 저소득 가정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가져오는 역효과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빈곤층 지원 프로그램이 소득 증대를 이룬 저소득 가정에 불이익을 준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들이 강조하는 것과 같은 역효과를 실제로 경험하는 빈곤 가정은 대단히 드물다. 설사 수혜 가정이 소득 상승을 통해 중산층 이상이 된다고 해도 부양 아동 세금 공제는 그대로 유지된다.

게다가 많은 자료는 ‘빈곤의 덫’을 만드는 근본 원인은 인센티브의 결여가 아니라 적절한 영양, 의료보험, 주택 등에 필요한 자원의 결여임을 보여준다. 빈민 아동 지원은 그들의 삶을 단기적으로 개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들이 빈곤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에 실시한 조사 결과가 지적하듯 어린 시절 사회 안전망 혜택을 받은 아동들은 성인이 됐을 때 건강과 경제적 생산력 향상을 이끌어 ‘긍정적인 장기 수혜 효과’를 가져온다.

이처럼 부양 아동 혜택을 확대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이 때문에 공화당의 밋 롬니 상원의원도 최근 유사한 법안을 제안한 바 있다. 다만 그가 제안한 법안에는 다른 사회 안전망 프로그램을 축소해 부양 아동 혜택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나 롬니의 제안도 공화당 내에서 거의 지지를 받지 못한다. 과거 어린이들을 위한 지원 확대를 요구했던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이 롬니의 제안을 ‘퍼주기 복지’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부모가 그들의 자녀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째서 그토록 나쁜 일일까.

우파 정책 브레인들 중 상당수도 부양 아동 지원책을 반대한다. 예를 들어 아메리칸엔터프라이즈인스티튜트의 빈곤 연구 담당 국장은 저소득 가정에 추가 소득을 제공할 경우 “일부 성인들이 일을 덜 하게 될 것이고 결국 우리는 과거 복지 공화국 시절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아동 지원에 반대하는 우파의 진짜 이유는 저소득 가정의 절박함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 자체를 극도로 꺼린다는 점이다. 아동 지원 확대에 그들이 반대하는 이유야말로 우리가 그것을 지지해야 하는 진짜 이유다.

/여론독자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