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이웃집 경찰관] “아동학대는 부모의 습관화된 질병…예방교육 절실”

■김동준 서울 노원경찰서 학대예방경찰관(APO)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 늘면서 가정폭력 증가

“학대피해자의 사소한 말투도 놓치지 않으려 집중”

알코올중독 폭력 가장, 입원치료 시켜 불상사 막아

“지속적 모니터링 필요…APO 보호장치 마련돼야”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김동준 학대예방경찰관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성형주기자서울 노원경찰서에서 김동준 학대예방경찰관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생후 16개월 입양아가 양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목숨을 잃은 ‘정인이 사건’은 새해부터 온 국민들을 분노케 만들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 곳곳에 숨겨져 있던 아동학대의 현주소가 재조명됐고, 아동학대전문기관과 경찰의 관리·대응 시스템도 다시 손보게 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부모와 자녀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아동학대 신고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그 어느 때보다 학대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고 아동학대사고로 이어지는 걸 막아야 하는 ‘학대예방경찰관’(APO·Anti-abuse Police Officer)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오늘도 수많은 학대 위험가정들을 관리하고 있는 APO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만난 김동준(32) 경장은 올해로 3년 차를 맞는 APO다. APO는 여성청소년계가 담당하는 학교폭력·가정폭력·성폭력 가운데 학대 및 가정폭력 사건을 전담한다. 집 안에서 은밀히 가해지는 학대사건을 조기에 파악하려면 풍부한 감수성은 APO가 갖춰야 할 필수 덕목 중 하나다. 경찰서 내에서도 남다른 성인지 감수성을 갖춘 김 경장이 APO에 자원한 이유다.

김 경장은 여성 APO들이 주를 이루는 경찰 내부에서 그들 못지 않은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학대 피해자와의 소통과정에서 작은 말투 하나까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한다. 그는 “여성 피해자는 같은 여자인 여경에게 말하는 게 더 편한 경향이 있다“면서도 “공감능력과 젠더감수성을 갖추기 위해 평소 여성 동기는 물론 다른 남성 동기들과 상담 방법 등에 대해 꾸준히 대화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원경찰서의 경우 APO 경찰관의 남녀 성비가 엇비슷하게 맞춰져 있다.



김 경장의 꾸준한 관심과 적극적 대응은 더 큰 사고를 막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른 남성이 알코올중독 증상을 보이자 입원 치료하도록 조치해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했다. 이 같은 대응은 서울경찰청 내 아동학대 대응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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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장은 자신이 맡았던 한 부녀가정을 떠올리며 “APO의 역할이 특별한 이유는 사후 피해자 보호와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가 수년에 걸쳐 서로를 반복적으로 신고해온 아버지와 딸을 끈기있게 관리해온 결과 부녀의 관계는 전보다 눈에 띄게 호전됐다. 김 경장은 “APO는 수년에 걸쳐 독립·취업·치료 등 맞춤형 복지를 제공하면서 학대가정을 돕는다”며 “가족관계가 개선되는 과정을 보면 무척 뿌듯하다”고 전했다.

서울 노원경찰서에서 김동준 학대예방경찰관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성형주기자서울 노원경찰서에서 김동준 학대예방경찰관이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성형주기자


하지만 애로사항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아동학대는 최초 발견이나 증거 확보가 매우 어려운 만큼 단지 정황만으로 아동학대라고 단정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경장은 “더욱이 의사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영유아의 경우 학대를 당해도 신고능력이 없어 주변인들의 신고가 정말 중요하다”며 “우리 사회에서는 ‘남의 집안 일에는 관여하지 말자’는 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는데 ‘공익신고자보호법’에 따라 신고자의 비밀보장이 확실히 지켜지고 있다”면서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했다.

피해아동들의 진술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또 다른 어려움이다. 김 경장은 “어린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존재라 막상 경찰을 보면 맞지 않았다고 진술을 번복하거나 어떤 조치도 원치 않는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자칫 경찰이 무리하게 개입하면 되레 부모에게 소송을 당할 수 있다. 김 경장은 “APO들이 더 당당하게 학대사건에 개입할 수 있도록 확실한 안전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경장은 학대를 “행위와 감정이 점점 심해져 습관화되는 질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교육이 아닌 부모교육”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부모교육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경험 많고 능력 있는 인력들이 보다 많이 APO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이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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