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美 주도 '동북아 재편' 골든타임…"한일관계 개선이 한미동맹 강화"

[한일 관계 복원 더이상 미룰수 없다] <상> 관계 개선, 왜 지금인가

바이든 정부 출범 후 美日 공조 속

韓 대북정책 등 관심 못끌고 엇박자

韓, 美日 협력으로 외교지렛대 찾고

가치동맹 사수해 글로벌 위상 높여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각국 정상 간 통화에서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아직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이 완성된 단계는 아니지만 최우선 전략은 ‘중국 견제’이며 그 전략적 요충지가 ‘동북아시아’라는 점은 명확해진 상황이다. 미국은 이를 위해 완벽한 미일 공조 체제 구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최근 나루히토 일왕의 생일을 축하한 것뿐 아니라 방위비 협상 등 미일 간 각종 안보 협력은 일사천리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이 같은 미일 공조 체제 강화 속에서 동북아시아 자유 진영의 또 다른 축인 우리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미 대화 추진 등 우리 정부의 외교정책은 바이든 정부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으며 역대 최악의 상태에 놓인 한일 관계는 한미일 삼각 협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바이든 시대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외교정책이 결국 ‘한일 관계 개선’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미국 내부에서는 ‘한미 동맹은 못 믿겠다’거나 ‘한국은 중국 편에 설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데 이를 잠재울 가장 확실한 시그널이 한일 관계 개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새로운 미국 행정부가 동북아 질서를 재편하고 있는 올해가 우리에게는 한미일 삼각 협력을 정상 궤도로 복원할 ‘골든타임’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이미 일본과 인도·호주와 함께하는 4개국 안보 협의체인 ‘쿼드’를 통해 안보 측면에서 중국 견제 의지를 명확히 드러냈다. 또 경제적으로도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동북아 질서 변화 속에서 우리 역시 미국 주도 가치 동맹 연대에 확실히 편승하고 그 안에서 북한이나 중국에 쓸 수 있는 ‘외교적 지렛대’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교수는 “한미일이 뭉치면 무엇보다 북한 핵에 대한 우리의 억지력이 강해진다”면서 “중국 역시 한국과 일본이 경제적 실리를 추구하며 가깝게 지낼수록 한국을 더 어려워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한미일 협력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우리 안보를 튼튼히 하며 중국의 무도한 행동을 견제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희토류 등 주요 품목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중 갈등 속 미국 주도의 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중국 수입 비중이 높은 희토류 등 주요 품목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는 행정 명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미중 갈등 속 미국 주도의 글로벌 가치 사슬 재편 과정에서 한국과 일본도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반면 한일 관계 개선이 늦어질수록 한미 동맹까지 약화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초반에는 한일 간에 비교적 균형 잡힌 입장을 취하겠으나 갈등이 지속될 경우 결국은 미일 동맹에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발언에서 한국은 동북아의 ‘핵심축(linchpin)’으로,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주춧돌(cornerstone)’로 표현했다. 전략적 가치에 있어서 일본에 더 무게를 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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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중국을 견제하는 가치 동맹을 한국·일본과 만들겠다는 미국 입장에서는 (한일 갈등은) 답답한 일”이라고 전했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미국이 노골적으로 한일 관계 개선을 강제하지는 않겠으나 (갈등 해소를 요구하는) 큰 흐름은 수용할 수밖에 없는 트렌드”라면서 “한일 모두 일방적인 승리를 거둘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이 지연될 경우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한국 패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미일 삼각 협력의 중요성에 더해 선진국을 눈앞에 둔 우리 외교의 글로벌 위상을 위해서라도 자유·민주 진영의 가치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호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적으로 성장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이미 많은 역할을 하도록 기대를 받고 있다”면서 “한미일 삼각 협력이 강화되면 미국·일본과 함께 공유한 가치에 기반해 한국이 세계에서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수호하는 데 좀 더 앞장서는 위치에 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최 연구위원은 “물론 중국과의 관계는 우려된다”면서도 “(외교적으로) 명확한 스탠스를 잡지 않으면 오히려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 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 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 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aily.com·박진용 기자 yongs@sedaily.com·김혜린 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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