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이어 화이자 백신도 본격적인 접종이 시작됐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일선에 있는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 의료진과 종사자에게 접종을 시작한 가운데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인원은 이틀 만에 2만 명을 넘었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28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백신 접종자가 2만 322명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만 22명, 화이자 백신 300명이 1차 접종을 마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중 111명, 화이자 백신 접종자 중 1명이 이상 반응을 보였지만 두통·발열·메스꺼움·구토 등 예방접종 이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가벼운 증상이었다.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로 의심되는 신고 사례는 없었다.
한편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얀센)의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긴급 사용 승인을 받게 된 얀센 백신은 지난달 29일 발표된 임상 3상 자료에서 예방 효과가 평균 66%로 나타났다. 2회 접종이 요구되는 대부분의 백신과 달리 1회분만 접종해도 되고 초저온 배송이 필요 없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얀센 백신에 대한 품목 허가 심사에 착수했다.
질병관리청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은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백신 누적 접종자가 2만 322명이라고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가 2만 22명, 전날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 백신 접종자는 300명이다. 현재까지 1차 접종 대상자 36만 6,331명 중 5.5%(1차 대응 요원 제외)가 접종을 완료했다. 국내 전체 인구(5,200만 명) 대비 접종률은 0.039%다.
접종 첫날인 지난 26일 1만 9,105명, 둘째 날인 27일 1,217명이 접종을 마쳤다. 주말 영향으로 접종 첫날에 비해 이틀째 접종자는 크게 줄어들었다. 27일에는 요양 병원, 요양 시설의 근무자가 다소 줄어드는 데다 요양 시설의 경우 이상 반응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 접종일을 의료 처치가 원활한 평일로 정한 곳이 많은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국내 의료진이 처음 다루는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인 만큼 27일에는 우선 300명을 대상으로 접종이 시행됐다. 의료 기관 82곳에서 본격적인 접종이 이뤄지는 오는 3월 8일 이전까지는 일부 접종 센터에서만 화이자 백신을 맞을 수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접종예방센터에 따르면 이날 추가로 화이자 백신을 맞은 이들은 200명 정도다. 현재는 중앙접종예방센터에서만 화이자 백신의 접종이 가능하며 3월 3일부터 충청·호남 등 권역별 접종 센터에서도 접종을 진행할 예정이다.
화이자 백신 1호 접종자인 정미경(51) 씨는 “마스크를 벗고 해외여행 가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씨는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코로나19 확진자 병동에서 일하는 여성 환경미화원이다. 지난 1년간 코로나19 중환자 간호를 맡아온 조안나(36) 중앙의료원 간호사는 “백신을 맞고 나니 더 든든하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때까지 중환자를 간호하겠다”고 말했다.
예방접종 이후 이상 반응으로 신고된 사례는 총 112건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자 111건, 화이자 백신 접종자 1건으로 모두 예방접종 후 흔하게 나타날 수 있는 두통·발열·메스꺼움·구토 등 경증 사례다. 아나필락시스(전신 중증 알레르기 반응) 의심 사례 등 중증 이상 반응은 신고된 바 없다. 질병청은 “부작용과 예방접종 사이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국은 예방접종 후 15~30분간 접종 기관 등에서 상태를 관찰하고 귀가 후에도 당일 3시간, 접종일로부터 3일간 증상 여부를 확인해 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경미한 이상 반응은 1~2일 내 저절로 상태가 좋아지지만 39도 이상 고열이나 알레르기 반응 등의 증상이나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이상 반응의 증상이 일상생활을 방해할 정도라면 의료 기관을 방문해야 한다.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스(J&J·얀센)의 코로나19 백신 품목 허가 심사에 착수했다. 얀센 백신은 상온에서 보관이 가능하고 1회만 접종해도 되도록 개발됐다. 현재 정부는 얀센이 개발한 백신 600만 명분을 선구매한 상태로 2분기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
한편 질병관리청이 국내에서 사용하는 코로나19 백신 1바이알(주사용 유리 용기)당 접종 인원을 현장에서 1~2명 늘릴 수 있도록 허용했다.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이 거의 없는 특수 주사기를 사용하면 잔여량이 추가 접종이 가능할 만큼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무리하게 접종 인원 수를 늘리면 안 된다”고 우려했다.
이날 질병관리청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화이자 백신의 경우 1바이알당 접종인원을 6명에서 7명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0명에서 11~12명으로 늘릴 수 있다는 지침을 전국 접종 현장에 배부했다. 추진단은 공문에서 “최소잔여형멸균(LDS) 주사기 사용 시 1바이알당 접종 권고 인원 수에 대한 접종 이후 폐기량 감소를 위해 잔여량으로 추가 접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잔여량 접종이 의무사항은 아니다.
LDS 주사기는 피스톤과 바늘 사이 공간을 줄여 버려지는 백신을 최소화하도록 제작한 특수 주사기다. 보건 당국은 국내 제조사들로부터 납품 또는 기부 받아 지금까지 67만 개의 LDS 주사기를 접종 기관에 보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같은 움직임에 우려를 표했다.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질 뿐 아니라 감염 위험도 커지기 때문이다. 김우주 고려대 의대 교수는 “원래 의약품은 투약을 담당할 의료진의 숙련도를 고려해 바이알당 권장 접종 분량보다 약간 더 넣는다”며 “7회 접종을 강요할 경우 간호사 등 의료진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7인분을 뽑기 위해 생리식염수를 권장량 이상 넣어 희석할 가능성도 생긴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의대 교수 역시 “백신량을 충분히 확보했다고 하면서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우영탁 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