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40여년 만에 치료비 보상제도 손질…'손해율 악화→車보험료 인상' 악순환 근절

■車사고 과실비율 따라 치료비 보상

경상환자 증가에 손보사 만성적자

과잉진료 줄어 손해율 개선 기대

AI·화상통화로 보험상품 판매 허용

1사 1라이선스 규제 완화 등도 추진

지난 22일 오전 3시 21분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구령리 한 도로에서 19세 운전자가 몰던 아반떼 승용차가 도로가 전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차량에 타고 있던 4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명이 숨졌다./사진 제공=아산소방서지난 22일 오전 3시 21분께 충남 아산시 배방읍 구령리 한 도로에서 19세 운전자가 몰던 아반떼 승용차가 도로가 전주를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운전자 등 차량에 타고 있던 4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명이 숨졌다./사진 제공=아산소방서




금융 당국이 40여 년 만에 자동차보험의 치료비 보상 제도 개선에 나선 데는 자동차보험의 만성적자로 보험료가 매년 인상되는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다. 국내 주요 4대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5~85.6%를 기록했다. 손해율은 보험금 지출액을 보험료 수입으로 나눈 비율이다. 업계에서는 사업 운영비를 고려해 적자를 보지 않는 적정 손해율로 78~80% 선을 보고 있는데 주요 손보사에서 모두 이 수준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적자로 이어져 자동차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



◇손보사 눈덩이 적자에 40여 년 만에 치료비 수술=손해율 악화는 과실 비율이 100%만 아니면 과실 비율과 상관없이 상대방 보험사로부터 치료비 전액을 받을 수 있는 현 제도에서 비롯됐다. 가령 90% 과실을 저지른 가해자가 장기간 병원에서 진료를 받음에 따라 치료비가 600만 원이 나왔고 10%의 잘못이 있는 피해자는 치료비가 50만 원 나왔을 때를 예로 들어보자. 현 체계에서 피해자 보험사는 600만 원을, 가해자 보험사는 50만 원을 보상해야 한다. 자동차 사고의 피해자가 오히려 치료비를 더 많이 부담하는 셈이다.

이는 심각한 증상이 아닌데도 병원에 무조건 입원하고 보는 과잉 진료를 부추기는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지난해 상해 등급 12~14등급에 해당하는 경상 환자의 1인당 보험금은 179만 원으로 지난 2016년 대비 42% 뛰었다. 중상 환자의 보험금이 같은 기간 3.3%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과실 비율대로 보상하게 되면 앞의 사례에서 피해자의 보험사는 가해자의 치료비 중 10%인 60만 원만 부담하면 된다. 남은 치료비 540만 원은 가해자의 보험사가 부담해야 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 치료비 보상 제도를 도입한 1977년에는 등록된 자동차가 20만 대에 불과해 자동차와 사람 간 사고가 많았다”며 “그때는 다친 사람이 충분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과실에 상관없이 치료비를 지급하는 게 필요했지만 지금은 등록된 자동차도 100배가량 늘었고 경상을 입는 경우가 많아져 제도 개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과실 비율이 높은 보험 가입자는 보험료가 대폭 할증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른바 ‘나이롱환자’가 줄면서 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기존 보험에서) 갈아타야 효과가 있는 4세대 실손보험과 달리 자동차보험은 매년 갱신해야 하는 구조로 결국에는 모든 가입자가 바뀐 제도를 적용받게 된다”며 “(자신이) 교통사고를 내지 않았는데도 보험료가 인상돼온 ‘착한’ 소비자의 불만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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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 1라이선스’ 완화로 특화 보험사 나온다=금융위원회가 발표한 보험 분야 업무 계획에는 보험을 ‘종합 생활 플랫폼’으로 진화하기 위한 다수의 정책도 포함됐다. 보험사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자회사 소유를 상반기 중 허용한다. 이를 위해 ‘보험권 헬스케어 데모데이’ ‘헬스케어 투자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인공지능(AI)·화상통화 등을 통해 보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판매 채널과 관련한 규제도 디지털에 맞게 정비한다. 이제는 서울에서 활동하는 보험 설계사가 제주도에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보험 판매가 가능해지게 된다.

상반기 연구 용역을 통해 1사 1라이선스 규제를 완화해 특화 보험사가 나올 수 있도록 세부 기준도 마련된다. 기존에는 금융 그룹별로 생명보험·손해보험 각각 1개씩만 라이선스를 취급할 수 있었다. 이와 달리 일본에서는 한 그룹 내에 기업 임직원 대상 질병·연금보험 특화 생명보험사, 고소득층 대상 방카슈랑스 특화 생보사, 저연령층 대상 간단 보험 특화 생보사 등을 복수로 운영해왔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구조가 가능하게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

또 보험 상품의 불완전 판매, 보험금 분쟁을 줄이기 위해 보험사 경영진의 성과 보수 산정 시 관련 내용을 지표로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경영진의 성과급을 현금보다 주식 등으로 지급해 단기 성과에 집착하지 않도록 하는 식이다.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은 외화보험에 대해서는 오는 3월 주요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가 실시될 예정이다.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김지영 기자 ji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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