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일 “친일 잔재 청산으로 3·1운동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가 가뜩이나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 지사가 이처럼 친일 잔재 청산을 외쳐 내년 대선이 반일 프레임으로 치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지사는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잊을 만하면 독버섯처럼 되살아나는 과거사에 관한 망언 역시 친일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고 해서 그대로 놔두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를 통해 ‘때때로 과거의 문제를 미래의 문제와 분리하지 못하고 뒤섞는 것’을 발전적 관계의 걸림돌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인 이 지사는 과거사 문제를 한일 관계 개선의 시발점으로 본 것이다.
최근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총선거에 ‘북풍’이 아닌 ‘일풍(日風)’이 효과를 발휘해왔다는 점에서 ‘제2 한일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보낸 ‘21대 총선 전략 홍보 유세 매뉴얼’을 통해 “(국민의힘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일본 아베 정권을 옹호하며 일본에는 한마디 비판도 못 한다”며 “일본 정부에는 한없이 굴종적이고 우리 정부는 비난하기에만 급급한 통합당을 심판해달라”는 메시지를 활용하라고 전달했다. 또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은 지난 2019년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한일 갈등이 21대 총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을 ‘한일 갈등에 관한 여론 동향’ 보고서에 담기도 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우리 정부도 오는 4월 이후 대선 국면으로 넘어가면서 ‘한일전’을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인엽 기자 insid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