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90만 명을 대상으로 최대 500만 원을 지급하는 총 19조 5,000억 원 규모의 4차 재난지원금을 마련했다. 15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 중 9조 9,000억 원을 빚으로 충당하기로 하면서 실질적인 나라 살림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역대 최악인 126조 원(GDP 대비 -6.3%)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로 나라의 수입은 수년째 제자리걸음인데 지출만 빛의 속도로 늘면서 재정 크레바스(균열)가 커지는 문제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인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부자 증세를 밀어붙인 여당은 이번에도 ‘타깃’ 증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여당 내에서는 ‘코로나 이익공유제도’ 대신 부유세·사회적연대세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온다.
2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1년 1차 추경안(2차 맞춤형 피해 지원 대책)’을 의결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3월 ‘벚꽃 추경’이다. 추경 지출 규모로는 지난해 코로나19 3차 추경(23조 7,000억 원)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17조 2,000억 원)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소상공인과 고용 취약 계층에 대한 긴급 피해지원금에 8조 1,000억 원, 청년·여성 등 일자리 27만 개 창출에 2조 8,000억 원, 코로나19 백신 구매·접종 같은 방역 대책에 4조 1,000억 원이 투입된다.
대표적으로는 방역 조치로 영업을 중단한 수도권 노래연습장 등 집합금지(연장) 업종부터 매출이 감소한 연 매출 10억 원 이하까지 5개 등급으로 나눠 각각 500만 원에서 100만 원까지 지급한다. 비대면 소비 증가로 2019년보다 지난해 매출이 늘어난 식당·카페 9만 곳은 집합제한 업종이라도 지원금을 아예 받지 못한다.
9조 9,000억 원의 국채 발행으로 올해 국가채무는 965조 9,000억 원으로 증가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지난해 43.9%에서 48.2%로 올라간다. 2019년 37.1%에서 불과 2년 만에 11%포인트 상승했고 전 국민 지원금과 자영업 손실 보상 등의 추가 재정 소요를 고려하면 올해 GDP(2,004조 원)의 절반인 1,000조 원에 도달하는 것이 유력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절대 수준만 보면 아직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지만 증가 속도를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와 같은 비기축통화국은 대외 신인도 관리가 중요한데 OECD 국가 중 비기축통화국의 채무 비율은 50%를 넘지 않는 수준이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황정원 기자 garde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