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경숙 "발등에 찍힌 쇠스랑처럼…제 허물 지고 새 작품 쓸것"

■표절파문 6년 만에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30년간 써온 글에 고찰의 시간

제 불찰에 사죄하는 마음으로

독자 한분 한분에 전하는 편지

격동의 현대사 온몸으로 겪어낸

세상 모든 아버지들을 위한 헌사

다음 소설엔 노동자 삶 그릴 것

신경숙 작가가 3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신간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창비


“젊은 날에 저도 모르게 저지른 잘못 때문에 저 자신도 제 발등에 찍힌 쇠스랑을 내려다 보는 심정으로 지냈습니다. 다시 한번 제 부주의함에 깊이 사과드립니다. 과거 제 허물과 불찰을 무겁게 등에 지고 새 작품을 쓰겠습니다.”

2015년 표절 파문을 일으킨 후 활동을 중단했던 신경숙 작가가 새 작품을 들고 독자들 앞에 어렵게 다시 섰다. 신 작가는 3일 도서출판 창비 주관으로 온라인 진행된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간담회 자리를 빌어 6년 전 일을 독자들에게 재차 사과하고, 다 꺼내 놓지 못한 이야기는 앞으로 내놓을 새 작품을 통해 계속 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신경숙 작가가 3일 오전 온라인을 통해 진행된 신간 ‘아버지에게 갔었어’ 출간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창비


신경숙에게 신작은 “독자 한 분 한 분에게 간절하게 전해드리는 편지 같은 작품”이다. 표절 사건 이후 첫 작품이자 8년 만에 내놓은 단행본, 11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의 대표작인 ‘어머니를 부탁해’의 아버지 버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는 “그 동안 제 작품을 따라와 준 독자들을 생각하면 낭떠러지 앞에 서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가슴이 미어지고 그랬다”며 “이 책에 제가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또 다음 책에 다음 말을 담겠다”고 밝혔다.

1985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중편 ‘겨울 우화’가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신경숙은 ‘풍금이 있던 자리’ ‘외딴방’ ‘기차는 7시에 떠나네’ ‘리진’ ‘엄마를 부탁해’ 등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문단과 독자들의 큰 관심을 받으며 인기 작가 반열에 올랐다. 특히 2008년 출간된 ‘엄마를 부탁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250만 부가 판매됐고 41개국에 수출됐다. 2018년에는 미국 드라마 제작사와 판권 계약까지 했다. 창비에 따르면 한국 문학 작품이 드라마 제작용으로 수출된 첫 사례다.

인기와 명성이 높았기에 2015년의 표절 논란은 충격적이었다. 단편 ‘전설’이 일본의 유명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여러 부분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작가와 출판사, 문단이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추가 잡음까지 생기면서 문학계 전반의 위상이 떨어지기도 했다.

신경숙은 이날도 사과 발언을 전하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길었던 침묵의 시간에 대해 그는 “30년 간 써온 글에 대한 제 생각을 다시 해보는 시간이었다”며 “혼자 있었지만 저에게는 가장 깊이 문학 속에 있었던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는 “쓰는 걸 놓치지 않기 위해 새로운 작가의 새 작품을 부지런히 읽기도 했다”며 “어떻게 들으실지 모르겠지만 그런 시간이 저에게는 다시 새롭게 나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됐다”고 덧붙였다.





신작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세상 모든 아버지들을 위한 헌사 같은 이야기다. 병 치료 차 어머니가 잠시 집을 비우자 홀로 남게 된 아버지의 모습을 오랜 만에 고향 J시로 돌아온 딸의 눈을 통해 바라봤다. 작품 속 아버지는 흔히 한국 문학 속에 등장하는 가부장적이거나 때론 폭력적이기도 한 강한 남성이 아니다. 때로 나약하고 때로는 다른 이와 연대하고, 또 다른 이를 돌보기도 하며 한 시대를 살아낸 인간이다. 격동의 한국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낸 아버지의 세월이 서서히 드러나는 동시에, 딸은 고향 J시의 품 안에서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식을 잃은 상실의 상처를 치유한다. 작가는 소설의 줄거리를 전하면서 “독자들은 저에게 J시의 대자연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도 밝혔다. 신경숙은 “그동안 독자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못 보게 된 사람 이야기’를 쓰겠다고 오래도록 얘기했는데 이번 작품을 쓰는 동안 마음이 바뀌었다”며 “어느 노동자의 하루와 그에 얽힌 죽음의 문제를 다음에 쓰려고 한다”고 전했다.

작가는 담담한 고백으로 간담회를 마쳤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문학은 제 인생의 알리바이 같은 것이기에 저는 이걸 계속할 수 밖에 없어요. 그게 제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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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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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현 기자 yhchung@sedaily.com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쨈'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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