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文정부, 4년새 나랏빚 305조 불었는데…"재정여력 충분" 궤변만

['재정만능주의' 소주성특위]

저금리 상황 근거로 "재정 지출 확대" 하자지만

가파른 국가채무비율 증가는 제대로 논의 안해

빈 곳간 메우려 법인세·소득세 등 증세 거론






연이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국가 부채 1,000조 원 돌파가 눈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대통령 자문기구가 또다시 강력한 재정지출 확대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여권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경각심이 상실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저금리 상황을 근거로 들며 재정 여력이 충분하다는 주장까지 나왔으나 이는 언제 급변할지 모르는 글로벌 경제 현실을 도외시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여기에 자영업 손실보상 등을 위해 기업이나 자산가 등을 상대로 한 ‘증세’ 카드까지 거론되면서 기업의 투자 활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일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속 경제 대응 방안을 평가하는 자리였으나 위기를 돌파할 해법으로 오로지 ‘재정지출 확대 필요성’만 거론됐다. 다섯 차례 추경으로 올해 국가 채무가 966조 원에 다다르고 국가 채무 증가 속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빠른 편에 속하는 점은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발표자로 나선 김유찬 한국조세재정연구원장은 오히려 “빠른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강력한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하다”며 “현재 논의되는 수준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국가 부채 비율 수준은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 원장은 이의 근거로 지난 2008년 22.9%이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2019년 39.2%로 증가했지만 이자 비용은 GDP 대비 2.3%에서 1.1%로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을 들었다. 부채 총량은 늘었어도 이자 비용이 줄었다면 충분히 감당 가능하다는 논리다. 김 원장은 그러면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에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라 ‘곳간지기’인 기획재정부와 학계에서는 김 원장의 발표를 두고 “지나치게 아전인수격 해석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장 김 원장이 예시로 든 2019년의 이듬해인 2020년부터 국가 채무는 지나치게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기재부는 추경 편성에 따른 올해 말 기준 국가 채무와 국가채무비율을 각각 965조 9,000억 원, 48.2%로 제시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2021년 본예산 편성 당시 제시했던 국가 채무 945조 원에 비해 20조 원가량 늘어난 규모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국가 채무와 국가채무비율이 각각 660조 2,000억 원, 36%였던 점을 감안하면 국가 채무 상승은 기하급수적이다. 4년 동안 늘어난 규모가 무려 305조 7,000억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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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수 연세대 객원교수(전 통계청장)는 “우리나라는 소규모 개방경제, 비(非)기축통화국, 초고령화 등 국가 채무를 낮게 유지해야 하는 이유를 모두 갖춘 국가”라며 “연구마다 결과는 다르지만 부채 50%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채 금리가 낮아 이자 비용이 낮다는 김 원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국채 금리와 함께 경제성장률도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체감 이자 비용은 과거와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가계를 예로 들면 아무리 대출금리가 낮아도 벌이가 늘어나지 않으면 가계가 느끼는 부담은 비슷하다는 뜻이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까지 2년 연속 100조 원 넘는 적자 국채를 찍어내기로 하면서 국채 금리도 들썩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재정지출의 효율성에 대한 논의가 이번 토론회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수백조 원을 뿌려도 ‘헛돈’을 쓴다면 국가 경쟁력은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IMF가 재정지출을 확대하라고 권고했다고 하는데, 정확히 말하면 IMF는 효율적 성장 사업에 돈을 쓰라는 의미이지 무턱대고 현금을 지급하라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도 “이번 정부 출범 이후 예비타당성조사를 건너뛰는 사업이 늘면서 재정지출 효율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재정이 GDP 확대로 이어지는 ‘재정승수’ 효과가 낮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아울러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또다시 거론됐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포용복지추진단장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며 “양극화 해소와 전 국민 소비 증진을 통한 국민소득 증가 및 경제성장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코로나에서 벗어날 상황이 되면 국민 사기 진작용 지원금 지급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한 후 잠잠해진 전 국민 재난지원금 논의를 다시 꺼낸 것이다.

재원 조달 방안으로 증세도 언급됐다. 김 원장은 소상공인 손실보상제의 재원 마련 방안과 관련해 소득세, 법인세, 자산소득에 대한 추가 부가세(surtax)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부가세 인상과 같은 국민적 반발을 살 수 있는 대책 대신 일종의 ‘부자 증세’에 나서자는 주장이다. .

하지만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부자 증세에 나설 경우 기업의 생산과 투자 의욕이 꺾일 수 있고(법인세), 소득세나 재산세를 늘리면 그 세(稅) 부담이 세입자 등 다른 계층으로 전이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에 부담 요인이 된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 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허세민 기자 semin@sedaily.com·세종=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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