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양의 사망 당일 아파트에서 '쿵'하는 둔탁한 소리를 여러 차례 들었다는 이웃주민의 증언이 나왔다.
정인양이 살던 아파트 아래층 주민 A씨는 3일 열린 양부모의 재판에 출석해 "지난해 10월 13일 저녁 시간 위층에서 '쿵'하는 소리와 심한 진동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헬스장에서 무거운 덤벨을 떨어뜨릴 때와 비슷한 둔탁하고 큰 소리였다"면서 "4~5차례 소리가 반복됐는데 아이가 뛰어다니는 소리와는 전혀 달랐다"고 설명했다.
양부모로부터 지속적인 학대를 당한 것으로 조사된 정인양은 이날 등과 복부에 가해진 강한 충격으로 사망했다. 검찰은 법의학자들의 감정을 거쳐 사망 원인을 '발로 밟는 등 복부에 가해진 넓고 강한 외력에 따른 복부 손상'이라고 결론내렸다.
A씨는 진동과 소음에 위층으로 직접 올라가기도 했다. A씨는 "장씨가 문을 살짝 연 상태에서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했다"며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나중에 얘기해주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증언했다. A씨는 이전에도 장씨 집에서 고성과 큰 소음이 발생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추석 전후로 악을 쓰는 듯한 여자의 고성과 물건을 던지는 듯한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며 "'부부싸움 중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남자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오전 재판에서는 장씨가 정인양을 집에 두고 혼자 외출하거나 차에 방치한 적이 여러 차례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양부모의 이웃주민 B씨는 "정인이 입양 후 장씨와 총 15번 정도 집 밖에서 만났는데 그중 약 5번은 정인이를 데려오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B씨는 또 지난해 여름 장씨와 카페에서 만났을 때 장씨가 정인양을 수 시간 차에 방치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B씨는 “당시 장씨는 '(정인이가) 차에서 잠들어 두고 왔다'고 했으며 그로부터 약 1시간 후에도 '차에 둔 휴대폰으로 확인하고 있으니 괜찮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장씨는 이후에도 한동안 B씨와 카페에 머무르다가 정인양을 차에서 데리고 나와 함께 식당에 갔다. 평소 장씨는 주변인들에게 '정인이가 밥을 먹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해왔으나 B씨가 본 모습은 달랐다. B씨는 "장씨가 해오던 말과 달리 정인이는 밥을 곧잘 먹었다"며 "다만 아이에게 거의 맨밥만 먹여서 다른 반찬도 먹여보라고 권했지만 장씨는 '간이 돼 있는 음식이라 안된다'며 밥과 상추만 먹였다"고 말했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입양한 딸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남편 안씨도 장씨의 학대 사실을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