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096770)이 4일(현지시간) 공개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 의견서에 대해 정면 반박했다. 지난달 10일 ITC 최종 판결로 일단락되고, 합의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또다시 양측 간 대립이 재발화하는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의 수입금지 조치 거부권을 기대하며 강경책을 고수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5일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은 SK이노베이션에 전혀 필요 없다”며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이 주장하는 영업비밀에 대해 검증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ITC가 이날 “SK이노베이션은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얻은 영업비밀이 없으면 10년 간 기술 개발이 어려웠을 것”이라는 내용의 의견서를 공개하자, 이를 정면 반박한 것이다. 특히 “1982년부터 준비해 온 독자적인 배터리 기술개발 노력과 그 실체를 제대로 심리조차 받지 못한 미 ITC의 결정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ITC를 향해 직접 날을 세웠다. 배터리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갈 데 까지 가는 벼랑 끝 전략을 펴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SK이노베이션은 “LG와 SK는 배터리 개발, 제조방식이 달라 LG의 영업비밀 자체가 필요 없고 40여 년 독자개발을 바탕으로 이미 2011년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러한 SK이노베이션의 독자적인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이번 ITC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 침해 주장에 대한 실체적인 검증이 없이 소송 절차적인 흠결을 근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침해당했다는 영업비밀에 대한 검증 없이 증거인멸로 인해 최종 판결에서 패소했다는 취지다. SK이노베이션은 “ITC의 이러한 결정은 여러 문제들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까지 했다.
ITC는 “영업비밀 침해라고 결정하면서도 여전히 침해 되었다는 영업비밀이 무엇인지, 어떻게 침해되었다는 것인지에 대하여 판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영업비밀 침해를 명분으로 소송을 제기한 LG에너지솔루션은 침해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고 ITC 의견서 어디에도 이번 사안의 본질인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증거는 실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은 “ ITC 결정이 내포하고 있는 문제점을 대통령 검토(Presidential Review) 절차에서 적극적인 소명하고 거부권 행사를 강력하게 요청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ITC가 지적한 '노골적으로 악의적(flagrant bad faith)이고, 고위층 지시로 전사적으로 행해졌다'는 증거인멸에 대해서는 별 다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재영 기자 jyha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