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는 바람이고 경제는 현실이다. 환경은 정치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탈원전으로 ‘득템’한 정권이 이제 ‘탄소 제로’를 선언했다.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책이지만 여기저기서 선동가들이 나타나 환상적 미래를 선전한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강화하고 있어 탄소 제로 정책이 필수적인 정책으로 알려졌다.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우리의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미국 텍사스에서 일어난 순환 단전 사태에 관한 정보도 왜곡됐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무엇인가. 피상적인 답은 강추위에 대비하지 못한 전력 시스템이다. 텍사스에서는 겨울철이 전력 비수기다. 예방 정비에 들어간 발전소도 있었다. 겨울에도 온화한 텍사스의 기후로 발전소들은 강추위에 대비하지 않았다. 풍력발전기가 얼어붙었고 가스도 공급되지 않아 가스 발전소도 정지했다. 석탄 저장소가 얼어붙어 석탄 발전소도 멈췄다. 심지어 원자력발전소에 물을 공급하는 펌프에 이상이 감지되면서 원전도 정지했다.
만약 강추위를 예측할 수 있었더라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조금만 대비하면 가스 컴프레서나 석탄 저장소, 그리고 펌프 등은 강추위에도 쉽게 작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풍력발전소는 바람이 안 불면 멈추고 강추위에도 대비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풍력발전 용량을 무시하고 더 많은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공급 예비력을 확보하는 것이 대책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풍력과 같은 재생에너지의 공급 불안정성이다.
기후변화의 문제가 이번 사태와 관련이 있는가. 우리나라 기상청은 이번 텍사스의 이상 한파가 지구온난화와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와의 관련성은 명확하지 않다는 외신은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다. 만약 기후변화가 이번 한파를 만들어냈다면 풍력발전소 건설 계획은 당장 보류돼야 한다. 한파에도 작동하는 풍력발전기를 만들기 위해 재질과 설계를 바꿔야 한다.
일부는 텍사스가 규제를 완화해 전기 요금이 비싸졌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은 실상을 왜곡했다. 텍사스는 지난 2002년 전력 요금을 낮추기 위해 시장 경쟁을 도입했다. 경쟁 도입을 위해 새롭게 진입한 회사는 가격을 낮출 수 있으나 기존의 전력 회사가 가격을 인하할 수 없도록 규제했다. 이 규제를 통해 신규 전력 회사들은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됐고 실제로 많은 회사들이 전력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대칭적인 가격 규제로 잠시 전력 요금이 상승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경쟁 효과로 전력 요금은 떨어진다. 2010년 이후 점차 전력 요금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미국 전국 평균보다 낮은 가격이 형성됐다.
텍사스도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의무화 제도와 배출량 상한제 등의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풍력발전소의 용량 비중이 24.8%까지 급증했고 태양광의 비중도 3.8%로 증가했다. 증가된 용량에도 불구하고 풍력발전은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 널뛰기하는 풍력발전의 변동성 때문에 화력발전소의 배출량 상한제도 잠시 폐지했다.
문재인 정부는 탄소 제로를 추진하면서도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전력 수입이 불가능한 우리나라에서 탈원전으로 탄소 제로 사회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공장이 정지할 가능성은 커진다. 텍사스 정전 사태로 삼성전자와 같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공장들이 정지했다. 우리나라의 탄소 제로 정책으로 철강과 화학 등 우리의 주력 산업이 어려움을 겪는다. 탈원전 정책과 함께 재생에너지 공급을 늘리면 백업 설비인 가스 발전소 공급도 늘려야 한다. 탄소 배출량도 늘고 전기료는 인상된다. 전기료 상승으로 전기차 보급 속도는 느려진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산업도 경쟁력을 잃게 된다. 정치적 목적으로 원전 경제성이 조작됐다. 전력 수요예측, 예비율, 설비 계획 등 각 단계에서의 의사 결정 과정에는 정말 문제가 없을까. 탈원전과 탄소 제로, 그리고 4차 산업혁명 등 상호 모순적 정책들이 수립됐다. 문재인 정부는 소명 의식을 갖고 합리적으로 정책을 재검토하기 바란다.
/여론독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