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공직 기강 관리 체제 무력화, 文이 직접 사과하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신도시 땅 투기 의혹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검찰과 경찰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한 첫 사건”이라고 원론적으로 말했다. 이에 앞서 정세균 총리는 이날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설치된 특별수사단을 관계 기관을 포함한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로 확대·개편하라고 지시했다. 전날 홍남기 경제부총리에 이어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이날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당정의 고위 인사들이 말로 하는 사과만으로는 국민적 공분을 잠재울 수 없다. 분노의 원인은 공공·규제 중심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대란을 불렀고, 그 와중에 공공 기관 직원들이 투기에 나선 데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정 운영의 최고책임자인 문 대통령의 근본적 책임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청와대는 공직 기강 문란을 방치한 잘못에 대해 사죄해야 마땅하다. 공직 기강 관리와 감찰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핵심 책무다. 만약 민정수석실이 ‘검찰 무력화’ 등 엉뚱한 곳에 신경을 쓰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집중했다면 LH 직원의 투기 같은 일탈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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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진 사태의 최종 책임이 자신에게 있음을 인정하고 직접 사과해야 할 것이다. LH 사장을 지낸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교체도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 된다. 이어 경찰이 아닌 검찰이 주도하는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해 진상을 낱낱이 밝히고 투기 공직자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 또 감사원 감사와 국회 국정조사, 특검 등을 통해 신도시 투기 의혹 전반을 파헤치는 방안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신도시 투기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말 이후의 토지 거래를 검증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의도적으로 과거 정권 사례를 부각해 현 정권의 잘못을 물타기 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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